[특별기고]불효의 죄와 벌

예부터 형벌은 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을 일컬어 오형(五刑)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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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회는 예로부터 죄와 벌이 있었고 죄와 벌을 규정한 법을 형법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형법은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지를 규정하는 동시에 그 죄가 되는 행위를 어떻게 처벌하는지를 함께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찍이 단군조선에서도 형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그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기자조선에서는 좀 더 명확한 자료가 인정되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솥발의 형제를 보이던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형법이 시행되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하고 있어 예로부터 많은 교류가 행하여졌고 중국으로부터 받은 문화적 영향은 매우 큰 것이었다. 이를테면 법률제도에 있어서도 고려시대에는 당나라의 제도를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의 제도를 많이 수용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건국 초기부터 경국대전, 속대전, 대전통편, 대전회통 형법대전 등과 같은 법전이 간행되었는데 그 중에서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형전(刑典), 대명률(大明律)을 가지고 시행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대명률은 중국에서 시행하던 법률인 까닭에 우리나라 실정에는 잘 맞지않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다소의 수정을 가한 것이 이른바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이다. 대명률직해의 총론에는 십악(十惡)이라는 것이 규정되어 있고 그 중에는 불효가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범죄 10가지는 다음과 같은 죄목이 규정되어 있다.

1. 부모나 조부모를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행위 2. 부모나 조부모에게 악담하는 행위 3. 부모나 조부모에게 욕설하는 행위 4. 호적을 옮기는 행위 5. 재산을 분할하는 행위 6. 부모나 조부모를 보양하지 않는 행위 7. 상중(喪中)에 혼인하는 행위 8. 상중에 풍악을 즐기는 행위 9. 상기(喪期)안에 상복을 벗는 행위 10. 상을 당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행위 11. 거짓으로 발상(發喪)하는 행위

이러한 행위는 십악에 속하는 불효악이라는 것을 말한다. 불효에 대한 처벌은 형률 인명(人命)편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조부모나 부모를 모살(謀殺)하는 행위 이러한 행위를 자행하였을 경우에는 비록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모두 목을 벤다. 이미 죽었을 때는 능지처사(陵遲處死)한다. 2. 조부모나 부모를 구타하는 행위 만일 구타하여 치사하였을 때는 능지처사한다. 과실로 인하여 치사케 하였을 때는 장형(杖刑)100과 유형(流刑)3,000리에 처한다.

과실로 인하여 상해하였을 때는 장형 100과 도형(徒刑:징역)3년에 처한다. 3. 조부모나 부모를 꾸짖는 행위 교수(絞首)에 처한다. 다만 부모가 고소하였을 때에만 처벌한다. 여기에 규정한 능지처사라는 것은 죄인을 산채로 묶어놓고 다리를 끊어내고 팔을 끊어내고 목을 끊어내어 죽이는 것인데 팔과 다리나 머리를 떼어내는 까닭에 지해(支解)라고도 부르는 가장 무서운 형벌인 것이다. 장형이라는 형벌은 대개 버드나무로 만든 곤장으로 때리는 것인데 최하가 60대이고 70대, 80대, 90대, 100대의 차등이 있었다.

장형과 유사한 것으로 태형(笞刑)이 있었는데 이것은 대나무로 만든 매로 때리는 것으로 최고가 50대이다. 유형은 먼 곳으로 귀향을 보내는 것이고 도형은 오늘날의 징역형에 유사하다. 그리고 교수형은 굵은 끈으로 목을 졸라 죽이는 형벌이다. 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을 일컬어 오형(五刑)이라고 하였는데 이 밖에도 발을 끊어내는 형벌, 코를 베어내는 형벌, 얼굴이나 이마에 먹물을 들이는 형벌(자자형:刺字刑), 불알을 썩히는 형벌, 평범하게 죽이는 형벌을 통털어 오형이라고도 한다.

이 밖에도 이사를 시키거나 변방의 군대에 복무하게 하거나 파직 또는 파역(罷役)시키거나 이이귀종(離異歸宗)하거나 재산단부(財産斷付)를 과하였다. 파직이나 파역은 당사자의 책임을 물어 파면 또는 해임하는 것이고 이이귀종은 불법한 부부관계를 공권력에 의하여 파기하는 것이며 재산단부는 재산을 본래대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형사처벌에 부수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조부모나 부모를 상해하는 행위는 불효행위이고 이러한 죄를 가리켜 강상(綱常)을 파괴하는 죄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경우를 보면 부모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을 엄벌하는 한편 그 범인이 살던집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연못을 팠으며 읍호(邑號)를 강등하고 수령을 파면하기도 하였다. 참으로 엄격한 형벌이었다.

이이(李珥)의 사창계약속(社倉契約束)에는 부모에게 불효하거나 떠밀어 넘어뜨리는 행위를 대과악(大過惡)이라고 하여 우선 계(契)에서는 범인을 관청에 고발하여 처벌을 받게 하고 그 후에 계에서 쫓아내고 물이나 불을 나누어 주지 않고 말(對話)도 주고받지 않도록 하였다. 우리는 불효행위를 처벌하는 근본적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완벽하게 효도하기는 어렵다. 다만 효도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효도는 도덕적 행위요 불효는 반 도덕적 행위이다.

사람은 법을 두려워 할 줄 알고 법의 은혜를 깨달아야 한다. 법은 우리의 양심을 지켜주고 우리의 권리는 보장해 주고 사회의 질서를 지켜주며 국가의 안녕을 유지해 준다. 사람은 죄와 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죄 있는곳에 벌도 있다. 공자는 말하기를 오형(五刑)에 속하는 죄가 3,000가지나 되지만 그 중에서도 불효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죄는 불효일 뿐이다.

/이존한(한국화가·호산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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