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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발견]목조 건물의 화룡점정, 현판

필체에 담긴 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06일 14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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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의 마무리 단계를 완벽하게 끝내는 것을 화룡점정이라고 한다. 용을 그릴 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찍어 넣는 것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일을 완벽하게 마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점이 없으면 해도 한게 아닌게 되는 것이다.



목조문화재를 다니다 보면 언제나 건물 앞에는 현판(懸板)이 붙는다. 건물을 들어가기 전에 만나게 되니 건물의 명찰이랄까. 그 건물의 이름 또는 정보를 담는 역할을 한다. 건물 앞에 붙다보니 여간 신경써서 다는게 아니다. 그 이름을 뭘로 쓸지, 누가 쓸지, 테두리는 꾸밀지, 무슨색을 쓸지... 여러곳들을 보다보니 현판의 모양새와 글자체가 각양각색이었다. 건물의 성격에 따라 세운 이의 성정에 따라 달라졌다. 반듯하게 쓰는이도, 휘날리며 쓰는이도, 가장자리에 꾸밈을 주기도하고, 알록달록 색을 넣기도하고. 이렇게 건물의 얼굴인 현판은 건축물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이지만 의외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무주 시내에 위치한 정갈한 조선시대 누각 한 채를 소개한다. 현판에 써진 이름은 한풍루(寒風樓). 남원의 광한루(廣寒樓), 전주의 한벽루(寒碧樓)와 함께 호남의 3한(寒)으로 불렸다. 이곳의 현판은 한석봉이 썼다고 전해지며, 과거 수많은 묵객이 글과 그림으로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한석봉은 어둠 속에서 어미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라는 설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이 설화가 너무도 유명하여 한석봉을 그저 전래동화 속 인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특별하고 가까이 있다. 그런데 글씨로 워낙 유명하다하여 글을 찾아보면 의외로 특별하지 않네 라고 실망하는 분들이 많다. 평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사실 그게 당연하다. 한석봉의 서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국가문서 표준 서체이기 때문에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과 교과서에서 활용되는 등 이미 우리 생활속에 녹아들어, 현재 시점에는 너무나 당연한 서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당시 석봉은 중국의 서체를 모방하던 풍조를 깨뜨리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호쾌하고 강건한 서풍을 만들어 당대의 찬사를 받았다. 선조는 그의 글씨를 항상 벽에 걸어두고 감상했다고 전해지며, 성균관 대성전을 비롯하여 도산 서원, 옥산 서원 등 조선의 이름난 서원에는 그가 쓴 현판이 걸렸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을 도우러 왔던 명나라 장수도 한호에게 친필을 부탁하여 얻어갔다고 전해진다. 글씨도 하나의 학문이고 예술이었던 셈이다. 그리하여 예부터 사람을 뽑을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했다. 글씨를 보면 그 인물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필체가 엉망인자는 그 인격도 하급으로 여겼다. 주변인들의 글자를 보면 아예 틀린말도 아닌듯하다. 같은 양식의 신청서만 봐도 어떤이는 칸을 무시하고 크게 쓰기도 작게 쓰기도, 종이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뭐라고 쓴건지 알 수 없기도하고, 그 성정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손글씨를 잘 쓰지 않는 현대사회에서도 글자체는 여전히 중요하다. 각종 광고, 포스터, 명함 등에서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며 광고물의 효과를 각인시킨다. 문화재건물 앞에 붙은 현판 역시 건물과 주인의 성격에 따라 차분하기도 또는 호쾌하기도 각양각색이니 앞으로는 건물을 보실 때 현판 보는 재미도 필히 느껴보시길!



한편, 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는 무주 한풍루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관리하며, 매년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 경미한 수리와 일상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문화재청의 복권기금과 전라북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재돌봄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3개소 문화재를 관리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지정문화재 및 도지정문화재, 비지정문화재를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문화재의 재질별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문화재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작은 훼손부의 경우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하고 있으며 문화재 분야의 전공자와 문화재수리기능자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진행함으로써 문화재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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