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세상이다. 어디를 봐도 안주할 곳이 없다. 들려오는 소식들은 흉악하다. 끔찍한 일들이 만연하다. 이럴 때일수록 배워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의 귀를 열고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 배우려고만 든다면, 가르침들은 수두룩하다.
올해 8월 이야기다. 충남 홍성에서 치매 노인이 실종되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소식은 감감했다. 반려견과 마을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지만,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다. 실종 40여 시간 만에 열화상 탐지용 드론이 움직임을 포착했고, 결국 발견되었다. 논 가 물속에서 쓰러져있던 노인의 곁을 지킨 백구의 체온이 감지된 것이다. 발견 당시 백구는 할머니 몸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저체온증을 보였던 노인은 곧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건강을 회복했다. 충남 홍성소방서는 백구를 전국 1호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하고 소방교 계급장을 수여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이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내용을 9월, 미국 CNN 방송에서도 소개했다. 흔히 회자 되는 욕으로 ‘개’자를 붙이지만, 개한테 본받을 것이 많다. 주인을 살린 개는 처음이 아니다.
신라 시대에 청웅현에 김개인이라는 자가 살았다. 개와 같이 귀가하는데 술에 취해 천변 풀밭에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번져와 김개인은 위급한 처지가 되었다. 개는 개울에 가서 몸을 물에 적셔와서 풀밭의 불을 끄려고 했다. 이 행동을 여러 번 반복했다. 나중에 김개인은 눈을 뜨고 나서 보니 주위에 낮은 불씨들이 꺼져가고 있고, 개는 타서 죽어 있었다. 이에 개의 무덤을 짓고 지팡이를 무덤 앞에 세워두었다. 이 지팡이에 싹이 나서 무성한 나무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1230년대 최자의 ‘보한집’에 채록되어있다. 오수개인들 불을 두려워하지 않을 리 없다. 몸에 물을 묻혀서 불을 끄는 행동은 어지간한 용기와 의지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다. 백구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고 물에 빠진 주인을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인간은 어떤가. 편안하고 기분 좋은 것만 찾는 현대인들은 점점 노인들을 모시려 하지 않는다. 노인뿐만 아니다. 누군가를 지극정성으로 챙기는 것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귀찮은 것은 애초에 멀리하거나 회피하려 든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니 효심이나 정성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것은 바로 자식한테 이어져서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당하게 된다. 그러니 대를 이어 불효는 뿌리 깊게 뻗어 나가게 된다.
이 시대 인간이 잘하지 못하는 효심, 충성, 신뢰, 사랑, 정을 자연한테 배운다. 배우려는 마음이라도 있으면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배우려 하지 않고 마음을 닫고 지내는 데 있다.
/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