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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난 코피노 출신이에요!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2년 06월 29일 13시34분

한 코피노 아이가 화제다. 아이는 땅콩을 팔고 있었다. 패스트푸드 점 앞에서 쇠꼬챙이를 꿴 땅콩 봉지를 흔들었다. 보자마자 한국인이라고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유튜버 김씨는 아이한테 말을 걸었다. 그 아이 또래인 자신의 아들과 같이 아이가 사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연은 이러했다. 아이는 13살 라이언 제이. 필리핀 바콜로드 빈민촌에서 외삼촌과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아이 엄마는 마닐라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과 교제하다가 임신했다. 그 소식을 지인을 통해 남성에게 알렸지만, 친부는 화만 냈을 뿐,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친부의 이름은 제임스. 한국 이름과 주소조차 모른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는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코피노(Kopino)는 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을 뜻한다. 코리아와 필리핀의 단순한 합성어인 이 말의 속뜻은 처량하다. 필리핀 여성과 잠시 만나거나 동거 혹은 결혼을 했던 한국인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경우 남은 아이에게 붙여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코피노 사연이 알려진 것은 2006년경부터다. 2003년에는 천 명에 불과하던 코피노는 현재 수십 배나 더 늘어나서 4만 명 이상이다. 이들은 주로 엄마와 함께 극심한 빈곤과 사회적 냉대를 겪으며 살고 있다. 성인이 된 코피노도 있고, 더 많은 코피노들이 잉태되고 있다. 친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코피노 가정을 향해 보내는 시선은 차갑다. 그들이 찾는 것은 돈에 불과하다는 손가락질도 예사다. 과거 일본이 일본과 필리핀의 혼혈을 자피노라고 부르고 사회 문제를 양산해냈듯이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다. 일본 정부가 자피노에 대해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코피노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코피노는 한마디로 ‘무책임’이 낳은 결과다. 생명을 등한시하는 것만큼 큰 죄가 있을까. 코피노들은 바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반영한다.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으니, 인성이 급속하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라이언 제이 영상이 올라온 뒤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처에서 후원금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유튜버 김씨와 라이언 제이의 인연이 훈훈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라이언 제이는 연신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꿋꿋이 살아온 깡다구가 느껴졌다. 가난한 집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이끼가 많이 끼어있는 우물물을 익숙하게 길어 올리기도 했다. 집 앞에 서 있던 허름한 차림의 여자를 가리키며 거리낌 없이 “내 엄마예요!”라고 말했다. 이른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이에게서 철이 든 느낌이 물씬거린다. 부디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치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난 코피노 출신이에요!”라며 당당하게 외치며 빛나게 살아가는 라이언 제이를 그려 본다.

/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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