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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사람들은 물을 보면서 행복해 한다

[최선우의 둠벙과 농생태 이야기] 28. 전북천리길과 둠벙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0월 20일 15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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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천리길



종교의 발생지, 성인과 관련된 자리 등 성지를 찾아다니며 방문하고 참배함을 순례라 하며, 이를 따라 걷고 달리는 길이 순례길이다. 삼장법사가 등장하는 서유기는 서쪽 천축국인 인도에 가서 불경을 가지고 돌아오는 순례 기록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스페인 성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향하는 길이다. 국내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걷기 좋은 순례길이 많아졌다.

종교가 아닌 일반적인 삶을 담은 순례길이 있다. 빵집순례 또는 빵지순례이다. SNS 등 매체의 발달은 유명 빵집들이 명성을 얻으면서 생겨난 신조어이다. 빵을 구매하기 위해 나서는 순례자와 같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순례 명단에 적힌 빵집 앞에 기꺼이 줄을 서야만 한다. 원하는 그 빵이 조기품절이 될까 마음을 졸이면서 구매하여 맛보는 영광도 누려야 한다. 우리 전라북도도 순례자들이 줄 서있는 자리가 있고, 그 곳이 유명 빵집이고, 맛집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성지이다. 성지를 찾은 이들은 빵집에서 머물지 않고 주변을 탐색한 이야기를 다시 SNS에 올린다.

일상을 충전하고 싶다면 전북천리길이 있다. 전라북도의 생태, 역사, 문화가 담겨 걷기 좋은 아름다움이 담긴 길이다. 나에게 전라북도 천리길은 순례도 걷멍도 아닌 둠벙으로 만난 길이다. 그 날도 혼자 투산을 끌고 장수 산길을 돌고 있었다. 해는 어둑어둑 넘어가고, 공무원으로 보이는 젊은이 둘이 농가마다 돌며 민원을 해결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둠벙이 어디 있는지 농가에 가서 물어보고 있었단 말이다. 동네마다 파란색 물탱크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산 빛은 가을의 마지막 따사로움을 담은 햇살과 함께 춤추고 있었다. 오늘 방문한 한 둠벙은 지금 주인장이 직접 팠다. 산을 타고 깔딱깔딱 내려오는 물은 애달아 며칠 동안 받아 담아 두었다 밭에 물을 대니 좋다 한다. 붉은 색 금붕어가 수면 바로 아래에서 노닐고 있다. 몇 마리 사다 풀었는데 마리수가 늘었다. 밭에 물만 대기엔 아까우셨는가 개인 호수로 아낌없이 이용하고 있다.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새로이 디자인한다. 그 자리의 디자이너이다. 둠벙이 함께 있는 과수원을 꾸리는 과수원지기께서는 둠벙이 있어 이 자리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둠벙에 사는 생물 이름은 모르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둠벙엔 마름과 부들이 서로 영역을 지키며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달이 뜨는 날이면 둠벙 수면에도 달이 같이 뜬다. 사람은 물에 대한 그리움이 있나 보다. 물을 옆에 두고 싶어 한다. 물을 보면서 행복해 한다.

터벅터벅 걸어 내려 오는데 천리길 이정표가 보였다. 천리길이란 단어를 그 때 처음 만났다. 전라북도의 수려한 생태 자원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할만한 자리를 고르고 골라 만들었다. 이 자리에 살고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 자연을 보전하면서 잘 살아 보고자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여기에 길의 주인들이 만든 농촌마을 둠벙과 문화 이야기도 같이 담아내면 어떨까? 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가 있을 법하지 않은가? 천리길에 더욱 풍성한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농업환경과 농업생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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