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1년04월12일 20:32 Sing up Log in
IMG-LOGO

[금요수필]아침 눈을 치우며

이승훈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02월 24일 16시24분
IMG
아내와 함께 단독주택인 처가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겨울을 지내게 되었다. 정초에 눈이 다른 해보다 많이 내렸다. 그래서 눈이 내린 아침에 마당과 도로의 눈을 치워야 했다. 새벽의 공기는 눈설레 치고 나서인지 더욱 상쾌함이 인다. 일찍 일어난다고 했는데 벌써 눈을 치우고 계신 사람이 있다. 장인어른과 앞집 한의원 원장, 마트 직원이다. 시절 인사를 나누는데 또 눈이 내린다. 눈 내린 골목은 모처럼 옆집 사람들과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말은 별로 없으나 마음으로 정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외등도 나부끼는 눈 뭉치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정겨운 영상을 환하게 보여 준다.

장모님이 뇌경색으로 말씨가 조금 어눌하고 보행이 힘들다. 장인어른께서 뒷일을 다 살피고 계시고 자녀들은 모두 외지에 살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가 요즘 코로나 19로 인하여 발길이 멀어졌다. 그래서 더욱 큰딸과 함께 생활하게 되어서인지 하루 생활이 편안한 것처럼 보인다. 요즘에는 장모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발음도 좋아지고 혼자서 걷는 일도 좋아지는 듯하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장인께서는 요사이 먼 곳까지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바깥일이 궁금한지 매번 뉴스를 시청하시곤 한다.

그전엔 장모님이 밥상을 차리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부터 잡다한 일을 하셨는데 이제는 집안 안팎의 일을 장인이 도맡아 하시는 것이다. 직장을 퇴임하기 전에는 술을 좋아하시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멀리 있는 길을 마다치 않고 모임을 주선하여 참석하시던 분이었다. 퇴임 후에도 한동안은 등산을 취미로 산 사나이로 지내셨고 등산 지도가 백과사전 한 질은 쌓아놓은 것 같았다. 집안일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지만 장모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장모님의 병환으로 아침 식사 준비부터 청소, 빨래, 장모님 화장실 수발까지 맡아서 하시는 것이다.

힘드실 것 같아 내가 옆에 있다가 도와드릴 양이면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하던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란다. 어머님을 위한 일이라 그런지 교당에도 함께 나가신다. 장인도 몸이 성한 것은 아니다. 부정맥이 있어 가슴에 심장 박동기를 삽입하고 계시기 때문에 편한 상태는 아니다. 연세가 80이 넘어서 활동하기에 여유롭지 않을 터인데 쓰레기 나오면 그날그날 치우고 꽃을 좋아하시어 화분과 화단을 잘 가꾸시고 있다. 직장 나가실 적에는 직장만을 외곬으로 일하시어 청렴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었다. 그러나 집안 살림은 전기선 하나 잡을 줄 모르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 눈이 또 내렸는데 조용히 밖을 살피더니 눈을 치우러 나가셨다. 근검하고 성실한 분으로 이웃집 사람까지 알려진 분이다. 보통의 사람으로 한평생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큰 스승을 만난 것이다. 집 밖엔 정갈하게 치운 길이 새롭다.

나는 아버님을 일찍 여의었다. 아버지의 사랑과 행적을 말하기 어려웠다. 다만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이다. 이번에 처가에 살기 두 달 만에 아버지 길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본인의 위치에 맞게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함께 한 모습이 하얀 눈 위 동백꽃같이 뚜렷하다.



이승훈 수필가는



익산문협 부회장

지평선 문학동인

군산 대성중학교 교장

‘시와 그림 감성의 바다’에세이 열린출판, 외 1

‘2020 익산예인열전’공동집필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