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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래] 근대 군산과 현대 군산에 대한 단상
2017년 09월 11일 (월) 신기철(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부장) APSUN@sjbnews.com
   
 
   
 

금강, 멀리 휘돌아와 마침내 황해에 깨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와 함께 좌르르 쏟아 버린다.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에는 군산이 올라앉았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濁流)’ 초입에 나오는 내용이다. 군산은 항구이지만 이별과 만남의 정감도 없다고 했다. 일제 수탈기인 1930년대, 오늘도 아득하고 내일은 기약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고 때문이었으리라. 강 하구로 갈수록 강물이 탁해지듯, 주인공 초봉이의 삶도 혼탁한 세상을 만나면서 탁류로 바뀌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농산물의 수탈 장소였던 그곳, 내항의 물은 오늘도 탁하다. 옆에 앉아있는 ‘째보선창’은 선창이라는 자기 본분을 잊은 듯 폐선과 녹슨 바지선만 보듬고 앉아있다. 초봉이가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둘리고 마지막 희망마저 잃어버린 모습과 오늘의 째보선창이 어쩌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이 일대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 시간여행을 온 관광객의 부산스러운 움직임과 소음, 그리고 여기저기 받쳐져 있는 자동차들의 무질서가 현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익숙한 도심의 소음이 차라리 반갑다.

오후 일정을 생각하고 차를 돌려 군산산업단지로 향했다. 군산조선소 협력기업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군산을 방문하던 관계자들의 발걸음은 이제 끊겼다. 간혹 방문하는 요인들에게서 좋은 소식을 기대해보지만 역시 빈손이다. 조선업 협력중소기업에 대한 상환연장 등 사후대책을 안내하고 다니는 몸과 마음은 허허롭다. 태풍 이후 쓸 만한 가재도구를 찾아다니는 홍수 피해자의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 군산조선소와 협력중소기업 등의 군산 경제비중은 24%에 이른다. 조수처럼 들어왔다 나가버린 조선소로 인해 경제는 갯벌처럼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군산시 인구는 2017년 6월말 현재 276,074명으로 2015년 말과 비교해 2,324명이 감소했다. 조선소 협력업체 87곳 가운데 62업체가 문을 닫았고, 근로자 5,200명 가운데 4,720명이 실직했다. 조선소와 협력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군산2국가산업단지의 생산액과 수출액은 이들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비중 만큼이나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업단지 인근은 물론 시내 상점들의 폐업도 줄을 잇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도 어려워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군산조선소를 재가동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정부분 선박 수주물량이 확보되면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다. 조건을 전제로 한 약속은 이미 약속이 아니다. 설사 가동중단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조선소를 재가동한다 해도 협력기업까지 제조물량이 오는 데는 6개월 이상 더 소요된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협력기업이 얼마나 될까. 그간 업계에서 내놓은 대책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선박펀드 활용한 신규 건조물량 확보, 공공선 우선발주, 노후선박 수리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답이 없다.

오늘이 힘들면 내일은 더 버겁다. 군산조선소 협력기업은 하루하루가 위기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협력기업의 경영애로를 경감하기 위해 대출금잔액과 이자에 대한 상환연장을 하고 있다. 시중은행을 통한 대리대출을 포함하여 총 22개 기업에 195억 원에 이른다. 조선업에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기업에게 후속지원도 하고 있다. 그러나 악화된 경영으로 이제는 그마저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 육상플랜트 등 대체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도 생각만큼 여의치 않다. 해당물량을 신규로 확보하지 않는 이상 기존 기업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농산물 수탈의 통로인 항구도시로써 성장했다. 뼈아픈 근대역사를 뒤로하고 현대에 들어 제지·합판 등 공업이 발달하다 최근에는 조선과 자동차 중심의 첨단산업 도시가 되었다. 근대역사의 추억만을 갖고 싶을 뿐, 군산은 멀리 푸른 바다와 같은 큰 꿈을 꾸고 있다. 기업성장과 함께 일자리가 넘치는 전북 경제수도 군산의 꿈은 진행형이다. 군산은 그 꿈을 함께 꾸는 동반자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소설 속 초봉은 군산 앞바다의 깨어진 꿈을 숙명처럼 안고 살았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사랑하는 딸을 위해 다시 일어선다. 소설은, 첫 사랑 승재와 주체성이 강한 계봉을 통해 초봉의 미래에 희망의 빛이 있음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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