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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맛집이야기] 호남각
2017년 07월 13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일본에서 살고 있는 언니가 아주 오랜만에 전주를 찾아왔다. 결혼하기 전에 함께 잘 지낸 언니다. 일본에서도 전주 한옥마을에 대해서 많이 들었단다. 그래서 전주가 궁금하고 비빔밥도 더 먹어보고 싶었단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 보다 한옥과 비빔밥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집이 어디일까 생각하다 문득 호남각 생각이 났다.
평소 땐 왠지 송천동이 멀리 느껴져서 잘 찾아가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막상 맘을 먹고 천변 따라 가보니 생각보다 그리 멀지가 않았다. 평일 저녁이라 한가하겠지 했는데 그 넓은 주차장이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언니가 ‘이집 유명한가보다 했다’ 언니랑은 내가 결혼 전이니까 그 당시는 호남각이 없었던 것이다. 주차장 앞마당에 서서 난 여러 가지 호남각 자랑을 했다.
다른 한옥 집과는 달리 한옥 자체가 높고 아름드리 기둥으로 보아 개인집 같지 않은 웅장함 같은 기품이 있다. 언니는 여러 가지 내 얘기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이 높아서 낮은 한옥집의 답답함이 전혀 없었다.
그런 호남각의 한옥 자체가 마치 옛날 대감댁에 초대 받은 기분이 들었다.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직원이 우리를 방으로 안내 해 주었다. 언니한테 메뉴를 권유 했더니 언니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비빔밥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우선 ‘비빔밥 정식’을 시켰다. 메뉴판에는 불고기 비빔밥 정식, 떡갈비 비빔밥 정식등 또 다른 메뉴들이 많았다. 누구를 데려와도 그 사람의 취향에 먹을 수 있도록 메뉴 선택의 폭이 넓었다.

좀 기다리니 직원은 한약재를 넣어서 다린 모주라고 먼저 한잔씩 가져다주었다.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혀끝에서 뇌까지 기분을 환하게 열어 주었다. 언니도 맛있다면서 단 숨에 마셨다. 이어서 깔끔한 밑반찬이 나왔다. 그 중 들깨 버섯탕이 유난히도 고소하다며 아직 시작도 아닌데 언니는 마냥 행복해 했다. 음식이 나올 때 마다 감탄을 하니 초대한 나로서는 최상의 선택인 것 같아서 덩달아 좋았다.

아무데서나 먹을 수 없는 상큼한 해파리냉채가 먼저 입맛을 살렸다. 그리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 달콤하고 쫀득한 흰살 생선강정, 잘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그리고 묵은 김치의 조화는 역시 누가 만든 조합인지 오묘한 맛의 매력이 있다. 계란지단까지 올려서 나온 잡채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잔치 상을 받고 있었다. 그 외 신선한 야채샐러드와 투박하게 먹음직스런 도토리묵무침 맛에도 우리는 빠졌다.
오랜만에 만나 할 얘기도 많은데도 우리는 요리에 빠져서 마치 어제도 만나온 사람처럼 우리는 음식으로 세월의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드디어 비빔밥이 놋그릇에 고급스럽게 담겨 나왔다. 살아있는 야채와 손으로 직접 채을 썬 고운 생채와 당근 채를 보면서 남다른 정성을 담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섬세한 정성을 다른 사람들은 알까(?)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계란 노른자가 유난히도 동그랗게 신선해서 마치 비빔밥 사진 한 컷을 보는 듯 예뻤다. 요리를 맛있게 먹어서 비빔밥이 많아 보였는데 우리는 수저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다른 곳에 비해서 나물들이 거칠지 않아 비빔밥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참 좋았다. 그래서 배가 부른데도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운 것 같다.

수저를 놓고 보니 우리가 무리하게 먹었다는 걸 알았다. 한참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언니가 ‘처음에 먹은 모주가 너무 맛있었지?’ 하는 것이다. 나는 대답대신 시원한 모주 한잔을 주문했다. 직원은 모주 잔이 넘실거리게 한잔을 가지고 왔다.
언니는 너무 먹어 큰일이다 하면서 가지고 온 모주를 맛있게도 마셨다.
만족스러워 하는 언니를 보면서 오늘 호남 각 선택은 나에게 작은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는 시원한 저녁 바람이 좋겠다 싶어서 너른 주차장으로 나왔다.
조명에 비춰진 한옥이 세월을 먹어서 그런지 더 고풍스럽고 도도한 무게감으로 우리 것에 대한 자존감을 느끼게 했다. 언니는 처마 밑의 바람에 흔들리는 청사초롱이 왠지 마음을 설래게 한다면서 어린애처럼 행복해 했다. 다음에 가족들 하고 전주에 오면 다시 꼭 들르고 싶단다. 호남각 대표 전기동 (TEL.063-278-8150)

음식점 컬럼 리스트/청학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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