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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기·승·전 '먹다'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 먹는 이야기
2017년 07월 13일 (목)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APSUN@sjbnews.com

   

<문화는 흐름이 있고, 다양한 흐름 속에서 패러다임을 잡고 체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많은 학자로부터 이어져 왔다. ‘푸드 포르노’ 역시 긴 식문화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패러다임이며, 하나의 정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지식의 소매상’ 입장에서 글을 쓸 때는 수없이 많은 정보 중에서 소비자(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테마를 잡아야 하는 것은 책임 사항이다. 주제 선정의 이유를 미리 밝혀두며, 아무쪼록 흥미롭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승-전-먹다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
먹는 이야기

먹방, 쿡방 모두 푸드 포르노다
먹방(-房). 과거 형무소에서 규칙을 어긴 죄수를 벌주려고 따로 마련한 방이다. 징벌방(懲罰房)으로 창문은 고사하고 작은 틈조차도 없어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독거 감방이 바로 먹방이다. 먹방 경험자들은 혼자여서 외롭고, 어두워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몰라서 힘든 곳이라고 말한다. 먹방은 일종의 고문이다.
지금은 TV만 틀면 종편을 통해 24시간 먹방이다. 이제 어둡거나 무섭지도 않다. 즐겁고 신나고 늘 맛있다.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 먹방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유명한 음식칼럼니스트의 말을 인용하자면,
“먹방, 쿡방의 유행은 불행한 사회를 의미한다. 다른 데서 행복을 느끼지 못해 음식을 먹고 요리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며 대리만족으로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쾌락을 느끼는 데는 음식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 먹거나 해 먹을 형편이 안 된다. 해서 찾는 게 바로 먹방과 쿡방이다. 이는 모두 푸드 포르노(food porno)이며, 내가 출연하고 있는 방송도 역시나 푸드 포르노다. 찾아서 보실 필요까지는 없다.”
포르노? 빨간 비디오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포르노 앞에 ‘푸드’가 붙었다. 식재료의 모양이 거시기(?)한 바나나, 홍합, 콩나물, 건포도를 말하거나, 속이 훤히 비치는 딤섬이나 감자만두를 말하는 게 아니다. 먹는 방법이 야한 아이스크림이나 정력에 좋다는 상징성을 지닌 굴과 같은 음식을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이 음식들은 섹시 푸드(sexy food)에 불과하다. 푸드 포르노는 야한 음식이 아니다.

‘푸드 포르노’ 단어는 1985년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카워드(Rosalind Coward)가 처음 소개했다.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한 음식 관련 영상, 사진, 그림, 글 그리고 행위까지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다시 설명하면, 음식의 맛에 집중하기보다 뚜렷한 색감과 과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감각적인 부분에 치중한다. 목적은 보는 사람의 식욕을 극도로 자극하는 것이다. 이는 성욕을 자극하는 포르노와 마찬가지로 식욕을 자극한다는 의미로 푸드 포르노로 규정했다.
푸드 포르노 영상에서는 음식을 클로즈업하여 과장된 모습만 모아서 편집한다. 음식을 오물오물 먹는 입을 확대하거나, 날름 내민 혀가 입술을 핥는 모습도 천천히 보여준다.
먹는 방송, 먹방과 요리하는 방송, 쿡방이야말로 대표적인 푸드 포르노다. 1시간 동안 방영되는 먹방 내용 모두를 푸드 포르노로 보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결론은 부분적 푸드 포르노다.
푸드 포르노에서는 음식을 대하는 자세도 정해져 있다. 음식을 보자마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손뼉을 치기도 하며, 양팔을 벌려 반긴다. 기껏 한 입 먹고선 즐거운 신음을 내기도 한다. 맛있게 먹고 있으면서도 힘들다는 표정과 함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심지어 ‘우와~’와 같이 비명을 포함하여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푸드가즘(foodgasm)이다.
먹방에서는 출연자 개인마다 더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시청자 입장인 우리도 식탁 관음증(gastronomic voyeurism)으로 가짜 쾌락을 즐긴다. 감정은 ‘맛있겠다.’에서 ‘먹고 싶다.’로 변하게 된다.

   

당신도 푸드 포르노 사진작가
푸드 포르노도 포르노와 같이 영상뿐 아니라, 텍스트, 사진까지 다양하다.
“작고 동그란 것이 단아하다. 다소곳하게 여인네 옷고름으로 여며져 있다. 누구라도 쉬 건들 수 없는 모양새다. 짧은 고름을 살짝 당기니 내 손이 끌려간다. 다시 힘을 주어 당겨보니 푸르스름한 얇은 옷이 흘러내리듯 벗겨진다. 벌어진 가는 틈으로 푸른색과는 대비되는 붉은 속살이 비친다. 짧은 신음이 나온다. 더듬고, 뒤집어 본다. 체면을 차릴 자리가 아니다. 먹을 수밖에….”
텍스트로 된 푸드 포르노로 개성의 향토음식인 보쌈김치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옷고름은 보쌈김치의 재료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묶어둔 미나리를 두고 한 말이다.
음식을 설명하는데도 과거에는 영양소의 함량에 관해 이야기하였다면 이젠 야한 내용을 더해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작가들이 쓰는 많은 글 중에서 살아남아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감각적인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라는 게 푸드 포르노 작가들의 합당한 변명이다. 이 글을 읽은 누구라도 보쌈김치를 보면 먼저 미나리 고름을 당기려고 할 것이다.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간 귀한 보쌈김치는 순간에 야한 김치가 되었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아주 흔해졌다. 그러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허락 없이 음식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규제가 있다. 음식을 쉐프의 독창적인 창작물로 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어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것은 음식의 품격을 낮추는 일이며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사진 찍는 행위가 음식을 즐기는 옆 사람에게 방해를 준다는 이유다. 사진을 SNS에 올리고 공유하며 소통한다면 푸드 포르노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진을 찍고, 업로드 해줄 것을 권하는 식당들이 많다. 때로는 음료수 한 잔 서비스 감이다.

   

정치 영화의 탈을 쓴 푸드 포르노
최근 영화 중 푸드 포르노 영화지만 대놓고 푸드 포르노라고 말하지 않는 영화가 있다. 정치영화로 알려진 <더 킹>(The King, 2016)이다.
포르노에서 남녀의 신체 모두를 보여주는 것은 삼류다. 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살짝 비치는 정도여야 한다. 이보다 더 야한 것은 모두 가린 실루엣만 보여주거나 부분만 확대하여 보여줄 때다. 보는 이가 머리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더 킹>에서도 이런 식으로 나름의 격이 있는 푸드 포르노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감질나게…. 영화를 보는 내내 한재림 감독이 프로로 느껴졌다. 뭘 좀 아는 감독이다.
< 더 킹>은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인 올해 1월에 개봉했다. 한마디로 시기를 잘 만난 영화다. 개봉 시기가 몇 달만 빨랐어도 문제가 있는 영화로 낙인이 찍혔겠지만, 온 국민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 되었을 때 개봉하여 20일 만에 500만을 돌파하였다.
절대적 권력을 쥐고, 한 번 사는 세상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태수(조인성)는 선배 양동철(배성우)의 손에 이끌려 한강식(정우성) 부장검사를 만나게 된다. 한강식은 ‘내가 역사고, 이 나라다.’라고 외치며 대한민국의 권력을 설계하는 권력자 위의 권력자다.
태수는 한강식이야말로 자신을 부장검사, 검사장 그리고 검찰총장까지 만들어 줄 힘을 가진 유일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양주 한 잔에 한강식과 손잡고, 양주 두 잔에 한강식 라인에 선다. 태수는 점점 한강식 라인에서도 앞줄에 서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왕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그들은 기획하고, 수사하고, 기소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검사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한강식이 선택하고, 태수가 조사하면 건설사 사장, 재벌 총수, 전직 장관 누구든 철창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를 냉장고에 진열된 고기를 선택하고, 요리하여 맛있게 먹는 장면으로 대비시켜 보여주었다. 고기 운반용 냉장차에서 덩어리 고기가 내려지고,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냉장고 안에 진열된다. 날카로운 칼로 빨간 고기를 자르고, 고기는 더 빨갛고 뜨거운 불에서 구워진다. 접시에 올려 서빙되면, 한강식이 포크와 나이프를 든다. 나이프의 한 컷에 스테이크에서 핏물이 흐른다. 와인과 함께 먹는다.
이 모든 게 인서트 샷을 이용한 교차편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동적으로 일하는 검사의 모습 사이사이에 덩어리 고기가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가 되기까지의 장면을 짧게, 짧게 나누어서 삽입하였다. 관객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잘 짜인 푸드 포르노다.
한때는 포르노와 같은 불량, 불법 비디오는 호환, 마마, 전쟁만큼 무서운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보았다. 청소년들이 시청하면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하였다. 요즘은 TV가 켜는 순간 푸드 포르노다. 안 볼 수가 없다. 문제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조차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인지하고 봐야 하며, 부디 그 맛에 중독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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