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을 보면서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생각이 떠올랐다. 전북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남녀 누구나 태권도 기본기를 구사할 줄 알고, 판소리 한 대목은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이다. 우리 고장은 전통 무예인 태권도와 세계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의 본고장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훌륭한 문화유산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서 풍부한 감수성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전북인으로 기르는 노력을 공교육에서 실현해야 한다.
아이들이 내 고장 전북에서 성장하면서 지역의 문화를 익히는 것은 청소년기 감수성과 자아정체성 형성은 물론 미래시대를 열어갈 창의적인 힘을 길러줄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흔히 교사들이 교육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통된 요소로 두 가지가 있다. 요즘 학생들이 학습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친구와 협력하는 공동체 정신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것을 길러주는 교육적 힘을 문화, 예술, 체육 교육(이하 문예체 교육)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 문예체 교육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편성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문예체 교육을 실시하는 수업에서 보여주는 청소년들의 집중력과 협동정신은 놀랍다. 필자는 근무하던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실시한 도예수업과 연극수업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도자기를 만드는 두 시간 내내 교실엔 진지한 정적만이 흘렀고, 학생들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또 교실수업에선 늘 무기력해 보였던 학생이 연극무대에 서서 친구들과 함께 연극하는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고 멋졌다.
지난 1월 덴마크 유·초·중·고 교육현장을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어느 교육현장을 방문하여도 문예체 교육이 강조되고, 모든 교과 속에 융합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코펜하겐에서 1시간 떨어진 교외에 있는 체조 에프터스꼴레를 방문해서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다. 따뜻하고 밝은 조명의 강당에서 발레 수업중인 아이들의 얼굴과 몸짓이 얼마나 빛나고 행복해보이던지 넋을 잃을 정도였다. “아, 십육칠 세 청춘의 모습은 바로 이런 거구나!” 새삼스레 깨달으며 우리나라 교실의 아이들이 문득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덴마크의 에프터스꼴레는 중학교 3년 과정을 마치고 고교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이 1년 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공동체 생활을 해보는 기숙형교육과정이다. 덴마크 체조선수로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교장선생님은, 이 학교는 체조학교지만 아이들이 좋아해서 배우는 것이지, 진로를 체조로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로스킬레 초등학교 4학년 체육수업 참관이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노트북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는데, 인간의 영혼에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어느 교과목, 교육과정에서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쓰고 말하는 과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난 6월10일,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이 주관한 ‘제17회 전북청소년통일노래가사바꿔부르기대회’가 열리는 전주역사박물관 강당은 감동의 무대였다. 청소년들이 통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에서 통일의 새 희망이 보였다.
아이들의 삶의 문화를 문예체 교육으로 북돋워줘야 한다. 문예체 교육은 글로벌시대 아이들에게 삶의 자양분이자 미래교육을 열어가는 힘을 줄 것이다.
이제 교육의 흐름도 교과서와 학교에서 벗어나 지역교육 특성과 문화가 살아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 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하여 양질의 지역교육을 제공할 때 전북교육도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전북의 아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고장의 문화와 예술, 체육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있도록 문예체 교육을 활성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