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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나는 생선이?
[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사시미-참치
2017년 06월 29일 (목)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APSUN@sjbnews.com

   

△말도 많다. 『덕혜옹주』, <덕혜옹주>
덕혜옹주(德惠翁主, 1912~1989). 실존 인물이다.
소설가 권비영이 신문에 실린 어린 덕혜옹주의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소설까지 집필하게 되었다. 책 제목도 『덕혜옹주』다. 20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100년을 앞두고, 2009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작년에는 이를 원작으로 영화 <덕혜옹주>(The Last Princess, 2016)까지 개봉되었다. 소설책을 읽었던 독자들은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500만이 넘는 흥행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소설 『덕혜옹주』가 일본인 작가 혼마 야스코(本馬恭子)의 표절 주장으로 논란에 휩싸인 것처럼 영화 <덕혜옹주>도 역사적 왜곡과 황실의 미화 문제로 아직도 말이 많다. 부산에서는 지난 3‧1절 기념행사장에서 상영되어 독립운동가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덕혜옹주>는 친일파를 독립운동가로 둔갑시킨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덕혜옹주(손예진)가 기모노 입기를 거부한 내용, 조선한글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에 가담한 내용, 영친왕이 상해로 망명을 시도한 내용, 설명 없이 덕혜옹주의 환국을 막았다는 내용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모 정치인은 영화를 보며 네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강조했지만, 영화를 세 번이나 본 사람으로서는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을 지금도 찾지 못했다.
영화를 비롯하여 역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역사가 생긴 이래 계속 만들어져 왔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역사 영화가 다큐멘터리는 아니므로 흥미로운 허구를 가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했다. 역사 영화에서는 고민할 문제들이 많다.
마지막 황손으로 알려진 이석 씨를 모 일간지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기사화되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리해주었다.
“내가 덕혜옹주 영화를 만든 허진호 감독을 미리 만났어야 했습니다. 슬프게 망한 왕조라 무슨 특별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퓨전 음식 같은 스타일입니다. 역사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실어주려면 속속들이 역사를 파고 공부를 한 다음 영화를 찍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같은 생각이다. 영화를 ‘먹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퓨전 음식’이라는 말이 누구보다도 쉽게 이해되었다. <덕혜옹주>는 내용뿐 아니라, 영화 속 음식도 퓨전이다. 딤 전골, 커피, 사시미, 칵테일, 북엇국, 감자, 오향장육, 그리고 사이다까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장한(박해일)이 옹주에게 말을 건넨다.
“옹주님, 좋아하는 사이다 좀 사 오겠습니다.”
요즘 ‘사이다’는 투명한 색의 탄산음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말이나 행동이 답답한 속을 뚫어줄 정도로 시원시원하다.’는 뜻이 더 강해졌다. ‘사이다 발언’, ‘사이다 성격’, ‘사이다 댓글’에 이어 ‘사이다 대출’, ‘사이다 모공팩’까지 두루두루 쓰이고 있다. 영화를 보며 답답해할 필요는 없다. 사이다를 사다 준다니….

   

△생선, 비행기를 타다
일본에서 덕혜옹주는 영친왕(박수영), 이방자(토다 나호), 김장한(박해일), 한택수(윤제문)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이방자 여사가 김장한과 한택수를 위해 준비한 요리는 사시미(さしみ)다.
“장관님이 오신다고 해서 사시미를 준비했습니다. 자, 어서 드시죠.”
“맛이 기가 막히는군요! 자넨 왜 들지 않나?”
“저는 아직 입에 맞지 않습니다.”
“대일본제국 군인이 못 먹는 것도 있나? 한 점 떠보게.”
“장군님 덕분에 사시미를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옹주님께서는 아직도 사시미를 못 드신다네.”
일본에서 생선요리의 발달은 675년 덴무(天武) 일왕의 육식 금지령 선포(675~1872년)에 따른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이 크다. 많은 생선요리에서도 날로 먹는 대표적인 음식은 스시(すし)와 사시미(さしみ)다.
스시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생선이 풍족하며 벼농사가 활발한 열대기후의 동남아시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생선 뱃속에 밥을 채워 무거운 돌로 눌러둔다. 몇 달 후에 꺼내어 생선만 먹는다. 스시의 뿌리는 삭힌 음식인 우리나라의 ‘식해(食醢, 밥을 넣어 삭힌 생선)’와 같으며, ‘시다’라는 의미의 ‘슷빠이(すっぱい)’에서 시작되었다. 서민들은 삭히는 시간을 점점 줄여왔다. 단 며칠도 기다리지 못해 오늘날처럼 뭉친 밥 위에 생선을 올려 먹었다. ‘니기리스시(にぎりずし)’다. 신선한 생선에서는 신맛이 나지 않으므로 대신 밥에 식초를 뿌렸다.

   

밥을 뭉치고, 생선을 올리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닌자 스시’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시의 원형으로 에도시대(1603~1867년) 때부터 정착되어 ‘에도의 발명품’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음식의 묘미는 칼에서 나온다. 일본 음식을 ‘칼의 요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요리가 바로 사시미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풍습은 이전부터 있었으나, 지금의 형태로 먹기 시작한 것은 무로마치시대(1336~1573년)부터다. ‘지금 먹지 않으면 상한 사시미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선도가 중요하여 해안가 지역에서나 먹을 수 있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오늘날같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1964년에 개최된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 스시가 미국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냉동 기술의 발달과 저온 유통 체계 덕분이다.
1970년대부터는 사시미와 스시 전문점이 미국 LA를 중심으로 다른 도시들까지 퍼져 나갔다. 미국에서 일식집을 드나드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냉동 설비를 갖춘 항공기가 생선을 실어 날랐다. 해안가 음식에서 고가로 판매되는 상류층의 음식으로 뉴요커가 가장 선호하는 외식 메뉴로 자리매김하였다. 한때 미국인들은 스시를 두고 ‘무게로 따졌을 때 가장 비싼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은 회전 초밥, 초밥 뷔페를 통해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고급 음식의 이미지는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시미가 예나 지금이나 고급 음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50년 전만 해도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에게 기름진 붉은 살 참치는 푸대접을 받아왔다. 기념사진을 찍고, 박제하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었다. 참치도 한때는 고양이 밥이던 시절이 있었다. 

   
 

△고양이 밥의 위력
영화 속에서도 스시에 대해 찾아볼 수 있다.
< 조찬클럽>(The breakfast club, 1985)에서는 천방지축인 다섯 명의 고등학생들이 각자의 이유로 쉬어야 할 토요일까지 등교하는 벌을 받게 된다. 학교에서 반성문을 쓰며 하루를 보낸다. 점심시간이 되어 다들 도시락을 꺼내는데, 쇼핑을 학교 다니는 것보다 좋아하며 아빠의 재력으로는 못할 것이 없는 부잣집 딸 클레어가 간장까지 싸 온 스시 도시락을 꺼낸다. 친구들이 놀라며 묻는다.
“그게 뭐야?”
“스시.”
“남자의 혀가 입에 들어오면 밀치면서, 그건 먹어?”
짓궂게 놀려도 클레어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당시 스시는 샌드위치와 탄산음료가 전부인 도시락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사치스러운 음식이며, 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교실 안에서도 도시락 하나로 확연한 계급이 보인다.
반면 2001년에 개봉한 <슈렉>(Shrek)에서는 다르다. 숏다리 파콰드 영주는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왕이 되길 원한다. 왕이 되는 길은 하나. 공주와 결혼해야 한다. 거울 마법사가 세 명의 공주를 소개시켜준다. 신데렐라, 백설 공주, 피오나.
처음 신데렐라를 소개할 때 “스시를 즐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이제 스시는 부잣집도 아닌 평범한 가정에서 부엌데기나 다름없는 신데렐라도 계모와 언니들 눈치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와 2000년대의 영화 속 스시는 다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수산물을 꺼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도쿄의 부엌’으로 불리고 있는 쓰키지 시장(築地市場)에서는 여전히 전 세계에 공급되는 참치와 같은 생선의 가격과 수량을 예측하며 조절하고 있다. 7만 평이 넘는 규모의 쓰키지 시장은 수산물의 하루 거래 금액도 단연 세계 1위다. 참치는 물론이고 생선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음식 식민지화’를 펼치고 있다. 또 며칠 전에 발표한 쓰키지 시장의 이전 결정이 우리가 즐기는 참치회 한 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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