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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의 우리고장 맛 집 이야기] 고궁 담
2017년 06월 15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가뭄으로 너무도 목말라 하는 대지위에 단비가 내리던 현충일 날
점심 초대를 받았다. 가끔씩 모임에서 가던 고궁 담 이었다. 갈 때마다 분위기가 바
뀌어서 새롭게 느껴지던 고궁 담은 그날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묵직한 한옥스타일 출입문엔 ‘불로문’이라고 씌어져 있어 통과하는 기분이 달랐다. 마치 장수의 길로 들어서는 듯한 안도감 같은 느낌이랄까. 왠지 몸에 좋은 음식들로 귀한 초대를 받은 것 같아 기분까지 으쓱 해졌다.

막 출입문을 통해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처럼 잘 정돈된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꽃들을 이고 줄지어 늘어선 큰 항아리들이 마치 우리를 환영하듯 환하게 맞아주었다. 그 순간 빈 마음이 가득 차왔다.

어렸을 때 같은 마을에 살았던 외갓집에 가면 유난히도 내 키보다 큰 항아리들이 참 많았다. 외갓집은 내 노라 하는 부자 집 이었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큰 항아리 안에서 계란을 꺼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쌀을 퍼 올리기도 하고, 어느 때는 꿀단지를 꺼내기도 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 내가 본 항아리는 무엇이든 담고 있는 보물단지 이상이었다. 그 때부터 큰 항아리만 보면 왠지 마음이 풍요로워 지고 기분이 좋다.
짧은 시간에 오가는 과거의 시간 속에서 현관으로 발을 옮기는 순간 이미 난 갤러리에 와 있었다. 작품명은 잘 모르겠지만 조화롭게 전시해 놓은 작품들이 충분히 품격 있게 마음을 채워주고 있었다.

현관 앞으로는 자연 수족관이라고 해야 하나 넘실대는 맑은 물이 마음을 편안함으로 끌어안아 줬다. 멋스러운 이것저것 조형물들을 감상 하다 보니 약속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점심 예약으로 꽉 찬 예약 판은 나를 말없이 안내해 주고 있었다.
음식점을 하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했지만 음식점에 가서 손님이 넘치면 왠지 기분이 좋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빈틈없이 고객을 위해서 무언가 설명하고, 알리고 어느 한곳 지루하게 순간을 보낼 틈을 주지 않았다.
3층 로비에 들어서자 현대 속에 옛것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고급지고 멋스러웠다. 핑크색 유니폼이 단아하게 잘 어울리는 직원이 반갑게 작은 룸으로 안내 해 주었다.
오히려 룸 내부는 깔끔했다. 아마도 음식과 사람이 주인공이길 바라는 오너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음식도 집중해서 먹지 않으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점심이라서 좀 소박한 식사를 하고 싶어 코스 보다는 ‘담 상차림’으로 주문했다.

첫 번째로 검은 콩물에 시원한 우무가사리와의 맛은 색달랐다. 처음 먹어본 맛 이다. 난 처음 먹어보는 음식 앞에선 마음이 설렌다. 이어서 노화 방지에 좋다는 우엉 잡채, 장어 강정, 소불고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잡채, 다이어트 닭 가슴살 샐러드, 삼삼한 새우 장조림, 토마토 배추물김치, 촉촉하게 혀에 감기는 북어 찜, 바삭한 고구마와 고추튀김, 견과류 단 호박찜, 낯설지 않은 요리들이지만 결코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은 정성된 요리였다.

요리를 먹고 식사는 따로 준비 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각자 시켰다. 육회 비빔밥과 시원한 열무국수, 나는 보리굴비를 먹었다. 맑은 콩나물 국물에 밥을 말아서 고소하고 짭조름한 굴비와 먹는 점심이 참 만족스러웠다.
후식으로 콩 유과와 토마토 식혜를 내 주었다. 마지막까지 토마토 식혜하나에도 건강을 담아 주었다.

이런 품격 있고 고급 진 분위기와 노력의 끝이 안 보이는 정성된 음식점이 전주에 있다는 것은 음식 고장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오너의 고객에 대한 배려와 사명감이 없지 않으면 감히 해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장님의 수고가 녹아 있는 고궁 담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역시 40년 세월의 깊이 있는 내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타지에서 손님이 온다면 전주의 자부심으로 자랑해도 손색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고궁담 대표 박병남 T.(063)228-3713)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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