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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의 역사, ‘미쉐린 가이드’
[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미쉐린 가이드
2017년 06월 15일 (목)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APSUN@sjbnews.com

   

별이 일곱 개는 되어야지
2004년 10월 30일. 장미정 씨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소지 및 운반 혐의로 체포된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남편의 후배로부터 원석이 들어있는 가방을 운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던 중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녀는 수고비 400만 원을 받고 가방을 들었다. 그러나 가방에는 원석이 아니라 마약이 들어있다. 순간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마약범으로 바뀌게 된다. 카리브 해의 외딴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서 무려 756일간 갇혔다가 어렵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범은 10년이 지난 2014년에 체포되었다. 바로 ‘장미정 사건’이다. 2006년에는 KBS 추적 60분에 소개되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여론에서는 외교부가 자국민 보호 조치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장미정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집으로 가는 길>(Way Back Home, 2013) 영화가 제작되었다. 주부 장미정 씨 역할에는 송정연의 이름으로 전도연이, 남편 역할에는 고수가 맡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교도소에서 정연은 계속 외친다.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타지에서 홀로 견뎌야 하는 나날을 그렸다.
영화 속에서도 무책임한 외교부와 무식한 정치인을 꼬집었다. 한불 수교 120주년 간담회로 국회의원들이 주 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을 찾는다. 기념사진은 필수다. 사진을 찍자마자 음식 대접이다.
영사관 직원 추 과장(배성우)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을 건넨다. “점심은 미쉐린 쓰리스타로 모시겠습니다.”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한 의원이 대답한다. “에이, 겨우 셋이야? 일곱 개는 되어야지?”
옆에 있던 의원이 속삭인다. “여보게, 미쉐린은 별 세 개가 최고야.”
무식이 들통 난 의원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린다. “허허, 웃자고 하는 이야기야. 웃자고….”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영사(류태호)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우리 의원님, 유머 감각이 아주 탁월하십니다.”

‘미슐랭’이 아니다. ‘미쉐린’이다
Michelin. 1889년 프랑스에서 앙드레(André)와 에두아르(Edouard) 형제가 설립한 타이어 회사 이름이다. 작년에 『미쉐린 가이드-서울』이 나오기도 전에 ‘Michelin’의 한글 표기가 문제였다. ‘미슐랭’, ‘미쉐린’, ‘미셸린’으로 언론사마다 표기가 제각각이었다. ‘미슐랭(미쉐린)’ 또는 ‘미쉐린(미슐랭)’이라고 쓰는 경우도 흔했다. ‘미슐랭’으로 쓰는 것은 프랑스어 발음에 따른 것이고, ‘미셸린’은 영어 발음에 따른 것이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미쉐린코리아에서는 ‘미슐랭’도 ‘미셸린’도 아닌, ‘미쉐린’으로 표기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부탁했다. 이유는 1991년 우리나라에 법인을 설립할 때 등록한 회사 이름이 ‘미쉐린코리아(주)’이기 때문이다.
한글 표기 미쉐린보다 더 큰 논란은 역시나 『미쉐린 가이드-서울』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미쉐린 그룹의 미쉐린 트래블 파트너(Michelin Travel Partner)에서 발행하는 운전자를 위한 안내 책자다.
1900년에 처음 출간되어 미쉐린 타이어를 구매하는 운전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었다. 책의 내용도 큰 도시를 중심으로 주유소와 식당의 위치, 연중 일몰 시각이 적힌 시간표 그리고 미쉐린 타이어를 판매하는 점포의 위치 등을 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의 판매율도 늘어났으며, 타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자들에게 『미쉐린 가이드』의 인기도 빠르게 치솟았다. 1920년에는 7프랑을 받고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해에 10만 권이 팔렸다. 1900년 이후 『미쉐린 가이드-프랑스』의 누적 판매 부수는 3,000만 권이다. 프랑스에서는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다.

   


그린 가이드와 레드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는 그린 가이드와 레드 가이드로 나뉜다. 그린 가이드는 여행 중심으로 대표 관광지, 유적지, 박물관 등을 담는다. 흥미 있는 곳(*)과 추천하는 곳(**), 매우 추천하는 곳(***)으로 나뉜다.
2011년 5월 『미쉐린 그린가이드-한국』이 프랑스어판으로 발간되었다. 전국적으로 110곳에 별을 주었으며, 23곳에는 별 3개를 주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전주 한옥마을, 진안 마이산, 고창 고인돌박물관이 별 3개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에 『미쉐린 가이드-서울』이 나왔다. 레드 가이드로 유명한 식당과 호텔의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서울편은 전 세계에서 28번째이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 다음으로 출간되었다. 식당의 음식 평가를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기준이 있다. 요리의 품질, 풍미, 독창성, 가격 대비 만족도, 맛의 일관성이다. 역시나 별의 수로 최종 평가를 한다.
별 1개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별 2개는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며, 별 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다.
결과적으로 『미쉐린 가이드-서울』에서는 별 3개는 한식당 ‘가온’과 ‘라연’이 받았다. 별 2개는 3개의 식당, 별 1개는 19개의 식당이 받았다. 총 24개의 식당이 선정되었으며 31개의 별이 서울에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별 3개인 식당은 9개의 나라에 110개다. 이 중에서도 프랑스가 27곳, 미국이 14곳이다. 반면 일본은 30곳으로 별 3개인 식당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그렇다고 일본이 프랑스를 넘어선 미식의 나라는 아니다.

미쉐린의 별을 맹신하지 말자
『미쉐린 가이드』는 좋은 식당만을 소개하는 책자가 아니다. ‘미쉐린’ 콘텐츠는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될 정도로 가치가 있다. <노마>, <엘 불리>, <스시 장인>, <더 셰프>, <쉐프>, <봉미강호지결전식신> 모두 미쉐린의 별을 받기 위해 노력하여 레스토랑, 영광스러운 별을 사수하기 위해 고생하는 셰프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다.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미쉐린 가이드』를 보고 여행을 많이 다녀야 타이어도 더 빨리 닳게 된다는 타이어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속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에는 프랑스에서 천재요리사로 알려진 ‘베르나르 로와조’가 사냥총으로 자살했다.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이 별 3개에서 2개로 떨어질 거라는 소문을 전해 듣고 스트레스와 절망감에서다. 프랑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에 나온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별 3개를 그대로 유지해 주었지만, 그는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쉐린 별 하나와 목숨을 바뀐 셈이다.
미쉐린 전문 평가원들이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음식 맛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 더 있다. 바로 직원 차량의 타이어다. 미쉐린의 별을 따기 위해서는 우선 타이어부터 미쉐린으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미쉐린 스타’는 ‘최고의 식당’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갔다. 이에 미쉐린에 도전하겠다며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붓는 무모한 식당들도 늘어나고 있다. 모두 미쉐린의 별이 가진 힘을 믿고 있어서다. 그러나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미쉐린의 별을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진해서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제 레스토랑의 셰프들도 미식가들도 더는 미쉐린의 별을 맹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평가 잣대를 전 세계 레스토랑에 동일하게 대입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프랑스의 미식이 세계의 미식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의 미식은 더욱더 아니다. 이제 미식은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길거리 음식에서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여러 단계의 수준이 존재하며 선택의 문제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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