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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옛날 양푼국수
2017년 04월 20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갑자기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시원한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다. 몇 칠전에 지인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국수집이 생각나서 함께 일하고 있는 흙뿌리 홍삼 점장이랑 찾아 나섰다.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삼천동 완산 소방서에서 효문 중학교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있었다. 간판은 “옛날 양푼 국수” 라고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멸치 국물 냄새가 주인보다 먼저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작은 가게 안은 식사 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손님은 없었다. 테이블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유난히 가게가 깔끔해 보였다. 주방에서 젊은 남자분이 뛰어 나왔다. 일을 하다 나왔는지 손에는 위생 장갑이 끼워 있었다. 우리는 비빔국수와 수제 돈까스를 시켰다.

가게 안은 벽면에 메뉴판 하나만 달랑 붙어 있었다. 조명들도 왠지 심심해서 우리를 향해 비추고 있는 듯 했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데 과연 음식이 맛이 있을까(?)
가게 안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보니 맛있다고는 했지만 좀 불안했다. 사장님은 주문만 받고 주방에서 음식 만드느라고 마치 우리를 잊어버린 듯 했다.

드디어 국수와 돈까스가 나왔다. 우리는 음식을 보자마자 불안이 없어졌다. 비빔국수가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돈까스도 깔끔하게 튀겨서 정갈하게 담겨져 나왔다. 우리는 돈까스를 입에 넣는 순간 서로의 입맛을 의심했다.
입에 들어와 앉는 맛이 마음의 불안을 싹~ 녹여 주었다. 정말 부드럽고 고소했다. 순간 돈까스양이 적어 보였다. 아껴 먹어야 할지(?) 하나를 더 시켜야 할지(?) 빨라지는 손을 자제하며 비빔국수를 비볐다.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한입 후루룩~ 앗! 이 맛은 어렸을 때 울타리에서 오이하나 따고 텃밭에서 상추 뜯어다가 고추장 넣고 비벼 먹었던 그 시골 맛을 기억나게 했다.

비빔국수에 돈까스를 곁 드려 먹는 맛이 찰떡궁합이다. 둘 다 비워 졌는데도 우리는 젓가락을 놓지 않고 서로 쳐다봤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통했다. 나는 사장님을 불렀다.

”멸치국수 하나 더 주세요.”

생각보다 멸치 국수가 빨리 나왔다. 맑은 육수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멸치 국수에 쫑쫑이 김치를 넣어 마치 후식 먹듯이 우리는 멸치 국수도 거뜬히 먹어 치웠다.

사장님은 거의 말이 없었다. 국수를 가져다 줄때 뜨거워요! 한마디가 다였다.
그런 사장님이 왠지 궁금했다.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도 해드릴 겸 불렀다. 사장님은 우리 테이블에 오자마자 음식이 이상 있나요? 맛이 없나요? 깜짝 놀라며 오직 음식에만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아니요 정말 맛있어요. 돈까스가 정말 맛있는데 비결이 있나요? 등심으로 직접 만들면 다 맛있어요. 음식 맛처럼 군더더기 없는 간단명료한 대답이었다. 음식점 하신지는 오래 되셨나요? 국수집만 9년째입니다.
그 전엔 뭘 하셨는데요? 일식집에서 주방장을 6년 했습니다. 그 때서야 음식 맛의 의문이 풀렸다. 또 하나 물었다. 혼자 하시는 것 같은데 손님이 많을 때는 어떻게 하세요? 손님들이 알아서 반찬도 가져다 먹고 그릇도 치워줍니다. 아무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장님의 말속에는 고객과 이미 한식구가 되어 있는 듯 했다. 아마 그 고객들도 말없이 음식에만 몰두하는 사장님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다.

그래도 무언가 안타까웠다.

마치 귀한 선물을 포장 없이 주는 것 같았다. “음식보다 감동을 팔아라”는 책을 쓴 나로서는 욕심이 났다 .이런 맛에 사장님의 마음을 조금만 열어서 고객을 봐주고, 불러 준다면 지금보다 감동 두 배가 될 텐데...
그리고 가게 안에 요즘 앙증맞은 봄꽃 몇 개만 있어도 사람의 기운과 맞닿아 정겨움으로 가득 차 올 텐데...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나의 욕심인지도 모른다. 오직 음식하나에 마음을 담고 있는 사장님이야 말로 정말 음식 장인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음식에 마음을 심고 있는 사장님을 위해 응원해 주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면서 내내 나의 생각은 소박한 그 국수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또 한 번 가보고 싶다.
고소하고 바삭한 돈까스의 맛이 나의 뇌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옛날 양푼국수 대표 홍성기, TEL. 063-224-9479)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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