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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의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농장집
2017년 04월 13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삼천 천에 벚꽃이 만발 할 때면 여심을 잡는 곳이 있다. 도심 속에 전원 같은 월남쌈 전문점 농장집이다. 맛 집으로 우리 집을 소개 하려니 왠지 쑥스럽다. 하지만 지금 이때야 말로 가장 적절한 맛 집으로 농장집 만한 곳도 없는 것 같아서 용기를 내봤다.

벚꽃 따라 삼천 천을 가다보면 끝자락에 농장집이 있다. 벌써 14년째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도착 했을 때는 오후 2시가 좀 넘었다. 주말 이라 그런지 넓은 주차장엔 차가 꽉 차있었다. 그 시간에도 서둘지 않은 걸 보니 아마도 나처럼 봄꽃 따라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가보다. 디저트 카페 앞에 있는 방방에서는 아이들의 깔깔대는 소리가 만발한 벚꽃들만큼이나 축제 같은 분위기다.

너무 바쁜 직원들 보기가 민망해서 그냥 돌아올까 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빈 테이블들이 아직 비워진 그릇들로 어지럽게 널려 있는 걸 보니 손님이 꽤 붐빈 듯하다. 바쁜 와중에도 오랜만에 나타난 나를 보며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 줬다. 마치 전쟁터에 위문 차 간 느낌이었다. 화창한 봄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쪽으로 들어갔다. 마침 손님이 금방 나갔는지 온기가 가시지 않은 테이블 하나가 비워져 있었다. 딸아이와 나는 주섬주섬 테이블을 치웠다.
배가 많이 고팠지만 일손이 바쁜 직원들을 보며 기다릴 수 밖 에 없었다.

드디어 월남쌈이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우리는 먼저 삼겹살을 굽고 마늘도 굽고 소고기는 가운데 샤브 육수에 넣었다. 아직 고기도 익지 않았는데 우리는 노란 치자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담가 각자 접시에 놓고 야채를 쌓았다.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자 과일 소스를 듬뿍 찍어서 야채위에 놓고 돌돌 말았다. 한입 크게 입에 넣고 우리는 행복했다.

그래 이 맛이야!

오랜만에 먹는 야채와 과일소스와 삼겹살과의 조화를 이룬 월남쌈은 가히 환상적인 맛이다. 삼겹살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과일소스가 어쩌면 14년째 농장집의 월남쌈 맛을 리드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먼저 우리는 삼겹살을 초토화 시키고 소고기와 야채를 샤브해서 과일소스에 찍어 먹었다. 담백함과 한우특유의 고소함이 식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작은 야채는 어느덧 다 먹어 치우고 배추 잎만 남았다. 배추 잎을 샤브 육수에 통째로 넣었다. 그러면 육수가 훨씬 깔끔하고 개운해진다.
숙주와 가지런히 담아 나온 쌀국수를 육수에 잠깐 넣었다가 후루룩 후루룩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는 마지막 코스인 영양 죽이 남았다. 머리로는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 어느 새 계란을 넣고 영양 죽을 끓이고 있다.
와!! 그런데 너무 맛있다!
마지막 한 수저까지 수저를 놓을 수 없는 농장집의 월남쌈은 14 년 전 그 맛 그대로다.

14년 전 처음으로 전주에 월남쌈을 론칭하며 설레었던 일이 생각난다.
소고기 집을 하다가 기울어 가는 농장집에 여성들을 위한 ‘건강 미인의 행복한 식사’ 로 다시 선보인 농장집 월남쌈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월남쌈을 먹어보고 우리 맛으로 상큼한 과일 소스를 개발했다.
그리고 소고기가 기본 셋팅으로 나오는 월남쌈에 삼겹살을 처음으로 접목한 나의생각은 월남쌈 마니아들을 만들어 냈다.
14년이 넘어가는 세월 속에서도 대도시에서 내려온 기라성 같은 월남쌈 체인점들에게 발길을 빼앗기지 않는 유일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디저트 카페를 드려다 보니 여성들이 옹기종기 꽉 차 있었다.
오랜만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빈자리가 없었다. 디저트 코너에는 홍삼차, 호박식혜, 커피, 아이스크림, 옛날 고구마 과자등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나는 시원한 호박식혜를 뜨고 딸아이는 아이스크림을 콘 높이 쌓아 가지고 나왔다.

현관 앞 화단에 앙증맞게도 예쁜 하얀 마가렛 꽃들도 봄 축제에 초대받은 것처럼 유난히 활짝 피어 있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도 벚꽃 세례를 받으며 마음에 봄바람을 가득 채웠다.(농장집 TEL: 063-237-5677)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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