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 목 19:50
> 주말엔 > 맛 · 멋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사랑채
2017년 03월 30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햇살이 유난히 맑은 일요일이다.
오늘은 모처럼 친구와 봄볕 따라 시내 밖으로 나갔다.
햇살에 유혹되어 차를 몰고 가다보니 운암 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봄을 좀 더 여유 있고 가깝게 느끼려고 일부러 구 도로를 탔다.
우리는 시골 어느 음식점에 이르러 차를 멈추었다.
이런 시골 음식점에 무슨 차가 이렇게 많을까(?)
마침 점심도 먹을 겸 크지 않은 주차장에 겨우 비집고 주차를 했다.
호기심에 들어선 우리는 시골 집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탄성을 지를 뻔 했다.
들어가니 손님들이 방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님들 사이를 요리 저리 피해서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고 돌솥 한정씩을 시켰다. 다른 상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손님이 많아서 늦게 나오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밑반찬이 빨리 나왔다.
인상이 고운 여사장님이 큰 사발에 동치미를 먼저 가져다 주셨다. 뽀얀 동치미 국물이 일미였다. 톡 쏘는 국물 맛이 혀를 자극하고 뇌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태어나 처음 맛보는 맛이다 난 이럴 때 황홀하다. 첫맛!!!

그 사이에 사장님은 다른 밑반찬을 한상 가득 차렸다. 사장님! ‘동치미 맛이 너무 좋아요.’ 아! 그거요 저희 집 별미입니다. 돌산 갓으로 담근 거라 맛이 독특하면서도 입에 착 앵기지요.? 좀 더 익으면 훨씬 맛이 좋은데 손님이 많아서 익기 전에 내왔습니다. 사장님은 바쁜데도 동치미 자랑에 자부심이 가득 차올랐다. 우리는 이미 동치미 하나만으로도 기분까지 힐링이었다.

오이소박이, 자르지 않은 채 버무린 배추 겉절이, 생선구이 한 토막, 삼삼한 게장, 계란탕, 갖가지 나물 무침, 요즘 인기 많은 코 달이 조림, 풋마늘과 김무침, 도토리묵까지 우리는 반찬 먹기에 바빴다. 그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돌솥 밥을 가지고 오셨다. 검정콩, 강낭콩, 밤이랑 대추가 소복이 얹어 있는 돌솥 밥은 말 그대로 건강 밥이었다. 미리 가져다 놓은 대접에 밥을 푸고 돌솥에 따뜻한 물을 부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누룽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거기에 행복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구수한 뚝배기 시골 된장국!!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시골밥상인가(?) 푸짐하면서도 소박한 어머니의 밥상 같았다.

우리는 말도 아껴가며 누룽지까지 먹고 나서야 배가 부르다는 걸 알았다.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들을 보며 우리는 서로 보고 웃었다. 만족스런 행복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다음을 또 약속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제육 쌈밥 먹어 볼까(?)’
두말 할 것 없이 오케이를 하면서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그때 맛있게 먹었냐며 물어오는 주인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가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시골 냄새가 상큼하게 후식역할을 해 주었다.

주차장이라기보다는 마치 시골고향집 앞마당에 온 기분이었다. 집 양옆으로 아담한 화단이 있었다. 땅속에서는 나리꽃이 뾰족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수선화는 올라오다가 급히 봄을 맞이했는지 유난히 키가 작은데도 노란 꽃을 피웠다. 그 외도 이름 모를 꽃들과 여린 풀들을 보면서
우리는 마치 소녀 된 기분으로 이름 맞추기라도 하듯이 앞 다투어 아는 체를 했다.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꽃은 어렸을 적 뒷동산에 올라가 많이 보았던 할미꽃이다.
너무 정겨웠다. 소복이 모여서 고개 숙인 할미꽃이 이렇게 예쁘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참을 동심으로 마음을 풀고 고개를 들어 집 둘레를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앞산에는 아직 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집을 안고 있는 듯한 뒷산에는 가깝게 봄이 와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구니 가지고 봄나물을 캐러 가고 싶은 충동이 왔다.
더 유혹 당하면 안 될 것 같아 우리는 봄바람을 털어내며 차에 올랐다.
모처럼 횡제를 한 기분으로 돌아오면서 제법 찬바람인데도 차창을 열고 기분을 날렸다.
참 행복한 일요일이다.(사랑채 대표 강용서, TEL 063-236-3969)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