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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의 음식점 이야기] 나눔이 사람을 모이게 한다
2017년 01월 05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사장님 팥죽 드세요.”

점심을 먹으려고 직원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다. 메뉴가 팥죽이란다. 한 솥 가득 끓여 놓은 팥죽을 보니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 농촌이다 보니 엄마 아빠는 십 리 밖에 있는 밭으로 매일 일을 가셨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런 날은 학교에서 오자마자 집 안 청소를 해놓고 저녁을 지어 놓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농촌이다 보니 시골에서 반찬 할 것이 흔치 않았다. 그럴 때면 단골 메뉴가 있다. 팥 칼국수를 끓이는 것이다. 끓여도 보통 많이 끓이는 것이 아니다. 가마솥으로 가득 끓인다. 해가 질 무렵 마당에 멍석을 깔고 다듬이와 방망이를 조리기구로 준비한다.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밀어서 밥상 가득 깔아 놓는다. 가마솥에는 팥을 삶아서 고운체에 받쳐 국물을 준비한다.

중학교 1학년 때라 키가 작아 부뚜막에 올라가야만 가마솥에 음식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 여건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마솥 가득 팥 칼국수를 끓이곤 했다. 그 많은 팥 칼국수로 옆집 앞집 할 것 없이 거의 동네가 나누어 먹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은 팥 칼국수 하나로 온 동네 가을밤이 참 훈훈했었다.

그런 어렸을 적 기억이 삶이 된 것일까. 내게 음식점은 일상처럼 재미있고 많은 고객이 몰려와 식사를 할 때면 그때 그 느낌 같은 작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지금도 주위와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도 어렸을 때 이웃과 허물없이 보낸 추억 덕분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아침 쓰레기를 치우러 다니는 여러 사람이 우리 가게 앞에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다 보니 꽤 바람이 찼다. 얼른 따뜻한 차를 가지고 가서 몸 좀 따뜻하게 마시라고 줬다. 너무 고마워했다. 나중에 봤더니 생각하지 않은 부분까지 깨끗이 치우고 갔다. 그냥 전해 준 마음이었는데 그 이상을 받은 것 같아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그런데 어느 날 손님 한 분이 꽤 안면이 있는 것처럼 내게 인사를 하며 가족들과 가게로 들어왔다. 분명 아는 체를 하고 들어왔는데 내 기억에 없는 손님이었다. 어디서 봤지 곰곰 생각해보니 그날 아침에 청소한 일행 중에 한 사람이었다.

살아오면서 느낀 것인데 어떤 목적이 아닌 그냥 마음이 우러났을 때 그 마음 그대로 나누는 것이 가장 상대방에게 아름답게 스며들어 가는 것 같다. 결국엔 그 마음들이 모여서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유난히도 잔칫날이 많았다. 종가집이어서 제사도 많았고, 일곱 형제들 생일까지 챙기다 보면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잔치를 했다. 그럴 때면 동네 어른들 불러다가 아침을 먹었고, 아니면 이른 새벽부터 집집마다 음식을 나누어 돌렸다.

어머니는 힘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잔치 같은 분위기가 난 참 좋았다. 그런 정서가 몸에 배서 그런지 음식점을 하면서도 음식을 판다는 것보다는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남들은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하는 잔치를 나는 점심 저녁 하루에 두 번씩 하니 힘들만도 하지만 난 참 좋다.

손님들이 식당 홀 안에 가득차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마치 그때 동네 사람들이 방이 비좁아서 마루나 멍석 깔은 마당에서 식사할 때처럼 내 마음이 들뜬다.
이렇게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다 보니 항상 주위엔 사람들로 북적 거렸던 것 같다.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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