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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애증 속에서 그림을 향한 욕망을 불태운 젊은 화가
[주말엔-MOVIE] ■ 에곤 쉴레 : 욕망이 그린 그림
2016년 12월 29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대중문화산업에서 과거 유명했던 예술가나 화가들의 작품을 인용하여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화가 중에 한 명을 곱으라면 구스타프 클림트를 꼽을 수 있다. CF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다. 그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또 한 명의 오스트리아 화가가 있다면 단연 에곤 쉴레다. 그는 기존 아카데미즘이나 관 주도의 전시회로부터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분리시킨 ‘분리파’작가로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그의 작품세계를 그린 영화, 그것도 오스트리아에서 직접 만든 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이하 에곤 쉴레)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

예술활동을 병적으로 막았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면서 후견인의 보호아래 커온 화가 에곤 쉴레(노아 자베드라)는 여동생 게르트(마레지 리크너)와 화가와 모델, 그리고 근친 관계로 지내며 살고 있다. 친한 예술가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가 그룹’을 결성한 에곤은 본격적인 그림 활동을 위해 여동생, 그리고 이민자 출신 모델 모아(라리사 에이미 브라이드바흐)와 함께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로 떠난다. 하지만 예술가 그룹은 오래가지 못했고 여동생은 모델(발레리 파흐너)과 가깝게 지내는 에곤을 질투해 사이가 멀어진다. 이후 홀로 노이렝바흐로 떠나 작품 활동을 하게 된 에곤은 자신을 인정해준 화가 클림트를 통해 모델 왈리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가깝게 지내며 작품 활동을 해나가던 도중 어린아이를 유괴했다는 누명으로 고소당해 법정에 서게 된다. 설상가상 군 입대까지 겹친 에곤은 군 생활동안 집을 얻어 그림을 그릴 환경이 필요한 나머지 빈곤한 왈리 대신 이웃에 살고 있는 부유한 에디뜨와 결혼하게 된다.

< 에곤 쉴레>의 본래 부제인 ‘죽음과 소녀’는 그의 대표작인 ‘Tod und Mädchen(죽음과 소녀)’를 그대로 인용했다. 제목에 걸맞게 영화는 스페인 독감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1차 세계 대전 당시 상황과 예술가 그룹을 결성하고 자신들의 뮤즈가 되어준 여자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교차편집으로 구성했다. ‘죽음’으로 대변되는 1918년 상황을 다룬 장면은 전쟁의 여파로 잿빛이 된 장소들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그림처럼 쪼그라든 모습의 에곤 쉴레를 비춘다. ‘소녀’부분에 해당하는 에곤 쉴레의 작품 여정은 그의 그림을 거꾸로 유추해본 작업방식을 묘사하거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풍광들을 잘 채색된 그림처럼 촬영했다. 전체적으로 관람을 하고나면 영화<에곤 쉴레>는 ‘죽음과 소녀’라는 작품에 대한 감독의 감상을 보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에곤 쉴레>는 으레 다룰법한 성장과정이나 어린 시절의 상처나 경험에서 시작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에곤 쉴레의 가족이 차지하는 분량은 여동생 게르트를 제외하면 잠시 환영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비록 길이는 짧지만 에곤 쉴레가 아버지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로 인해 자신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중첩된 이미지로 충분하게 표현한다. 주인공의 가족사를 과감하게 처리한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에곤 쉴레가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모델이 되었던 여성들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고 바라보는 태도다. 그림을 위해 여성 모델과 가까이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은 거리를 두는 에곤 쉴레의 태도는 주변 사람들이 결코 쉽게 이해해주기 어려운 부분으로 묘사된다. 이를 근거로 보면 영화의 부제 ‘욕망이 그린 그림’를 거꾸로 뒤집은 ‘그림을 향한 욕망’이란 말로도 에곤 쉴레를 설명할 수 있을 법하다.

   


영화 외적으로 <에곤 쉴레>는 오스트리아의 인물을 오스트리아 영화인들이 합심해 만든 작품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대체로 수입되어 상영된 유럽 예술영화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작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에곤 쉴레>는 모든 것이 생경하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주고 있다. 감독인 디터 베르너 역시 국내에선 단 한 번도 작품이 소개된 적이 없으며 국제 영화제 무대에서도 크게 알려진 바가 없는 미지의 감독이다. 그럼에도 <에곤 쉴레>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보편적 상황과 예술을 향한 욕망에 집착하는 화가의 특별함이 잘 조화되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정서적으로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픔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2일 개봉한 이후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모델이 되어준 소녀와 여인들로부터 애증의 대상이 되면서 예술을 향한 욕망을 불태웠던 화가 에곤 쉴레를 다룬 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은 12월 22일에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2016)
감독 : 디터 베르너 ∥ 출연: 노아 자베드라, 마레지 리크너 ∥ 109분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개봉일시 : 12월 22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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