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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의 음식점 이야기]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2016년 12월 22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무슨 버섯이 전문점이 되겠어?”

하지만, 주위의 반대와는 달리 청학동은 처음부터 장사가 너무 잘되었다. 오픈과 동시에 버섯이 웰빙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정도를 운영하다 보니 투자 금액도 빠지고 돈도 꽤 벌었다. 장사도 여전히 잘되었다. 이쯤이면 나는 뭔가 모든 면에서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아서 최고의 서비스 나라라고 하는 일본 음식점 투어에 나섰다.

일본 음식점을 견학한 첫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음식점을 해온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말 그대로 음식만 판매한 것이다. 일본은 음식을 파는 게 아니었다. 감동을 팔고 있었다. 직원들의 손님 눈높이 서비스며 작품인지 음식인지 착각할 만큼 예쁜 그릇에 담겨진 음식을 보면서 난 기가 죽고 말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일본에서 3일간 보고 느낀 것이 내게 음식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었다. 처음에 돈 벌 목적으로 시작한 음식점이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음식점은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다른 가치를 줘야 한다는 확신에 찬 사고가 나에게는 열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식점이 내 삶에 생업을 가치로 둔 일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해보고 싶은 업으로 바뀌고 있었다. 처음 오픈할 때는 잘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면 그때와는 달리 다른 차원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먼저 매장 분위기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계획대로 나는 오자마자 인테리어를 다시 하기로 했다. 주위에선 돈 좀 벌더니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고 비웃기도 했다. 끼니때만 되면 손님들이 몰려오는데 왜 헛돈을 쓰냐는 것이었다. 이미 음식점에 대한 인식이 바뀐 나로선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나는 과감히 휴업을 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평범한 조립식 건물에서 한옥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훨씬 품격 있는 고풍스런 분위기가 났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문을 열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IMF가 터진 것이다. 나라가 술렁일 만큼 우리 일상까지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첫 번째로 외식을 줄인다. 피부로 느낄 만큼 손님이 떨어져 나갔다. 주위에서는 “거봐라! 사람이 항상 잘되는 줄 아느냐? 인테리어 할 때부터 알아봤다.”라는 식으로 핀잔 같은 말들을 했다.

여기저기 음식점에서도 저렴한 음식 가격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간 번 돈을 거의 재투자한 나로서도 순간 당황스러웠다. 더 좋은 분위기, 더 좋은 서비스로 진정한 마음을 팔고 싶었던 나의 생각이 사치스러울 만큼 상황은 안 좋았다.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맘먹었던 그 시간들이 나를 무색하게 했다.

‘분명 방법은 있을 거야. 아직 그 방법을 못 찾았을 뿐이야.’
위기에 지혜로운 나를 믿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외식이 줄어드는 대신 한 번을 해도 제대로 된 외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끼에 온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고민했다. 고객은 자꾸 떨어지고 마음은 조급해 왔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짜서 맞추는 허접한 메뉴를 내놓고 싶지는 않았다.

한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메뉴로 한 상 가득 만들어 내고 싶었다. 우선 아이들 위주로 외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식부터 만들었다. 자장면이나 탕수육을 좋아하는 걸로 봐서 중식을 중점으로 해서 버섯 탕수와 버섯 깐풍기 그리고 중국식 잡채를 만들었다.

그다음 엄마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찾았다. 깔끔한 한식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돌솥밥에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넣은 시원한 김치 얼큰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국물이나 회 종류를 좋아하는 아빠들에겐 일식이 맞지 않을까 싶어서 버섯과 한우 소고기를 샤브로 먹을 수 있게 메뉴 구성을 짰다. 그게 바로 ‘행복 담은 청학동 샤브’였다.

‘한 끼에 한·중·일 음식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샤브 출시’ 슬로건으로 몇 번의 광고를 했더니 오히려 예전보다 손님이 더 많아지는 쾌거를 올렸다.

그때 생각을 바꾸었다. 남들 가는 대로 물 흐르듯이 따라가지 말자. 좀 힘들더라도 때로는 물을 역류해 갈 필요도 있다. 그리고 분명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아무리 위기라 해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전화위복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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