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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모순, 삶의 벼랑 끝에서 인간존엄 외치다
[주말엔-MOVIE]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년 12월 15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더불어서 국민들을 TV앞으로 모이게 했던 것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였다. 4차 청문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장면들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했지만 그중에서도 참담했던 장면 하나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하태경 의원의 세월호 7시간에 관한 질문에 답변할 때였다. 국방은 물론 국가재난까지 안보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처리해야할 안보실장이 통영함 투입을 보고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현 정부체제 안에서 자신은 문제될 것 없는 처신을 했다는 답변을 당당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도 관료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논하기 보단 속해있는 체계 안에서 문제만 되지 않으면 된다는 태도에서 우리는 관료주의와 그것에서 비롯된 체계의 모순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볼 수 있는 비인간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담한 장면이 쏟아지는 이 때, 영국의 노장감독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거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영화로 우리나라에 나타났다.

일생동안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는 일하는 도중에 심장병이 발생하여 목숨을 잃을 뻔 한다. 담당의사로부터 일을 지속할 경우 건강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지만 정작 관공서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는 심장질환이 참작되지 못해 다니엘은 질병수당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릴 것을 염려해 질병수당 대신 실업수당을 신청하려하지만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길을 헤매다가 관공서 방문이 늦어 지원금 삭감 제재에 직면한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발견하고 도움을 주게 된다. 이를 계기로 다니엘과 케이티 가족은 서로 의지하게 되는 이웃으로 지내게 된다.

   



영화 속 다니엘의 모습은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불만이 있으면 거침없이 이야기 하고 이웃집에 사는 학생들과도 축구이야기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고칠 물건이나 기기가 있으면 언제든 고쳐주겠다는 마음씀씀이를 가지고 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런 다니엘에게 이른바 ‘제도적 모순’으로 시련을 준다. 노동에 심각한 걸림돌인 심장질환을 앓고 있지만 질병 급여 수령을 판단하는 문항엔 그것을 반영할 만한 부분이 없어 병자가 병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구직활동을 증명해야하지만 복잡한 절차는 물론 건강상의 무리가 있는 그는 채용될 것을 전제로 한 구직활동이 불가능하다. 어떠한 제도도 다니엘이란 사람의 상태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통해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 정부를 비롯한 세계만방의 관료들에게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빈곤층이 겪는 삶의 문제를 드러내는데 있어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세심한 묘사에 적극적인 구호를 섞는다. 영화에서 식료품 지원소를 찾은 싱글맘 케이티는 운영 스태프에게 생리대가 있는지를 묻지만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지원이 부족해요, 반성할 일이죠”라는 대답을 한다. 다니엘의 경우 질병 급여 대상자를 판별하는 문답과 실업 급여 담당 직원으로부터 구직활동 증명 서류가 부족하다며 타박을 받는 장면 역시 대사만 없을 뿐, 경직된 복지 제도의 실효성을 질타하고 있다. 특히 다니엘 블레이크의 항변이 담긴 후반부 핵심 장면은 구호로서의 켄 로치 영화를 전면에 드러내는 순간이다.

<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연출한 켄 로치는 영화광이라면 반드시 들어봤을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이며 영국을 대표하는 현역 노장 감독이다. 1960년대부터 50년 동안 켄 로치 감독은 노동자, 빈민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의 영화엔 옷차림새부터 생활상까지 우리가 매체를 통해 봐왔을 법한 영국노동자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의 모순에 좌절하고 고통 받는 모습을 드러내며 관객들이 절로 주먹을 쥐게 만드는 연출로 채워져 있다. 영화 외적으로도 켄 로치 감독은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삶에 반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질타하며 작품과 삶의 지향이 일치하는 행보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러한 일관성을 놓지 않았던 켄 로치가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다. 절망적인 시대에 맞서 인간다운 연대와 존엄을 온몸으로 항변하는 결기를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외침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기라도 하듯이 지난 5월에 열린 칸 영화제에서는 켄 로치에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후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시상했다.

제도의 모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피폐해진 현실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인간 존엄을 외치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은 12월 15일에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감독 : 켄 로치 ∥ 출연: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 100분 ∥ 드라마 ∥ 12세 관람가

■ 개봉일시 : 12월 15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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