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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밤, 따끈따끈한 팥죽 '별미'
[주말엔-FOOD] 팥죽
2016년 12월 15일 (목) 글 = 김혜지·사진 = 오세림 기자 khj322@sjbnews.com
우리 민족은 동지를 기점으로 새해가 시작된다고 여겼다. 겨울에 왔다고 알리는 ‘동지(冬至)’는 낮보다 밤이 길어진다. 겨울잠을 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깊은 잠에 들어 기운을 회복하고 깨어나라는 자연의 배려 아닐까. 옛 어르신들은 이 동짓날 팥죽을 만들어 먹었다. 주변 이웃과 나눠먹으며 부정과 악귀를 떨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동짓날에 먹는 팥죽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김없이 12월 이맘때가 되면 한동안 잊고 있던 팥죽이 구미를 당긴다./편집자 주

△ 동지 부적 ‘팥죽’
그 옛날 동짓날이 되면 집집마다 벽에 뱀 사(蛇)자를 거꾸로 붙여 놓았다. 집안 어르신들이 잡귀를 막는다고 믿어 행했던 것으로 그리고 나서는 팥죽을 만들어먹었다. 잔병을 예방하고 온갖 부정 타는 일을 막기 위한 관습 중 하나였다.
온 동네사람들이 집집마다 팥을 갈고 오랜 시간 끓이고 나면 양이 많아 옆집 이웃과 서로 나눠먹는 것이 다반사였다. 액운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이웃 간에 정을 쌓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팥죽을 집 안 곳곳에 놓는 사람도 있었다. 먼저 사당(祀堂)에 올리고 각 방은 물론 장독, 헛간에 놓았다. 조상님께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는 어머니의 마음은 동짓날에도 통했다. 안타까운 비고 소식이나 재앙이 닥쳤을 때 팥죽, 팥떡, 팥밥을 해먹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음식일까. 심오한 의미를 되새기며 먹기엔 그 맛이 참 달콤하다. 추운 겨울 꽁꽁 언 입맛을 단숨에 녹여주고, 추위로 예민해진 기분을 편안히 풀어주니 먹는 중에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새가 없다.
잠시 짬을 내 지인과 함께 나눠먹는 팥죽 한 그릇에 소소한 행복이 피어 오른다. 주인이 인심 좋게 많이 넣었다는 새알까지 오물조물 씹어 먹다보면 걱정과 근심도 자연스럽게 떨친다. TV에서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오랜만에 엄마와 손잡고 팥죽 먹으러가던 그 길목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 팥죽으로 나누는 정, 잊지 말자
매년 동지가 되면 지역 곳곳에서는 팥죽을 나눠먹는 행사가 열린다. ‘행사’를 열 정도로 얼마나 우리 삶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정을 나누고 인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팥죽 한 그릇은 서로에게 희망 한 줌이 됐다.
매년 송광사 회주 도영스님은 동지를 맞아 ‘동지팥죽 나눔 행사’를 열었다. 잊혀져가는 세시풍속을 전승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1,000명 분의 팥죽이 준비돼 누구나 함께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오는 21일 오전 10시 진북문화의집에서 열리는 진북생활문화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팥죽을 만든다. ‘진북생활문화제(부제 동지팥죽제)’란 이름으로 인근 지역 주민, 생활문화예술 동호인 및 회원을 비롯한 전주 시민들을 초대해 공연, 전시를 비롯해 동지팥죽을 나눠 먹는다.
주민들이 함께 새알을 빚고 팥죽을 쑤는 모습은 그때 그 시절과 담벼락 너머 나눠먹던 때와 오버랩 된다.
사발에 적당한 양을 퍼 담아 알알이 속이 꽉 찬 찹쌀 옹심이도 몇 개 얹어 주면 이웃의 따뜻한 정과 함께 받는 이의 마음은 든든해진다.
전주역사박물관도 팥죽나누기 행사에 동참한다. 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지하마당에서 선착순으로 팥죽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작은 설’로 통해 팥죽을 만들어 먹으며 악귀를 쫓고 무사안일을 빌었던 그 날로 되돌아간다.

■ 먹을 만한 곳
동래분식 – 30년 넘게 남부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옛날 방식 그대로 팥죽을 만들고 있다. 그 길목을 지날 때면 창가에 김이 서린 가게 안에서 큰 국자로 팥죽을 퍼주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동래분식을 찾은 손님들은 아마 그 유혹을 못 이기고 발길을 돌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팥칼국수를 주문하니 10여분 내외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은그릇에 가득 담긴 채 배달된다. 가장 먼저 흑설탕 한 숟가락을 넣는 게 순서. 다만 팥죽 고유의 맛을 더 진하게, 담백한 팥죽 맛을 즐기고 싶다면 굳이 넣을 필요는 없다. 김치, 단무지로 반찬은 조촐하지만 푸짐한 팥칼국수 맛에 빠져들면 반찬까지 손이 가지 않는다.
▲ 가격: 새알팥죽 6,000원, 팥칼국수 5,000원
주소: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2길 39
문의 288.4607

주마본 – 국산 팥은 확실히 달랐다. 윤기가 반질반질하게 도는 것이 때깔부터 달라 이미 보자마자 군침을 돌게 한다. 이곳은 열무김치, 깍두기, 생김치, 청양고추가 반찬으로 깔리고 갓 지은 흰밥도 함께 나온다. 칼국수와 옹심이가 가득 담긴 팥칼국수를 중심으로 차려진 상은 색감부터 식욕을 자극해 든든한 한 끼 식사시간을 선물한다. 고소하고 달달한 팥죽 맛에 빠져 들다가도 싱싱한 반찬에 또 눈길이 가 밥 한 그릇을 또 주문한다.
▲ 가격 : 팥칼국수 5,000원 새알팥죽 6,000원
주소 : 전주시 완산구 용머리로 36
문의 : 224.9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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