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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고, 영양 듬뿍…아삭아삭 김장 김치
[주말엔-FOOD] 김장수육
2016년 12월 01일 (목) 글 = 김혜지·사진 = 오세림 기자 khj322@sjbnews.com

   

강추위가 시작되기 전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김장. 엄동 3~4개월 동안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기 어려워 건강부전을 면하기 위해 옛 조상들이 개발한 것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2월에 들어서자 온 동네에서 김장소식으로 분주한 모습이다./편집자 주

△ 김치 없이는 못살아. 정말 못 살아?
점차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매년 이맘때쯤이면 여전히 김장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쌀밥은 물론 떡, 고구마, 국수 등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도 물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쌀밥만큼 한국인의 주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만든 생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돈다. 양념에 버무려진 배추는 아직 완전히 스며들지 않아 적색의 묵은지와 달리 하얗고 파릇한 배추의 색이 듬성듬성 도드라진다.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 느낌은 겨우내 땅에서 솟아난 배추의 생명력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아삭아삭한 식감은 씹을수록 개운하다. 아직 익지 않은 터라 단맛과 매운맛은 약간은 어설프게 조화를 이루지만 오랜만에 김장김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싱싱함과 깔끔함으로 식욕을 돋운다.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면서 손으로 쭉쭉 찢어 서로의 입에 넣어주고, 고추양념이 얼굴에 묻은 채로 깔깔대며 함께 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고된 노동에 흐르는 어머니의 땀방울은 겨울날의 뽀얀 입김으로 대신한다.
분홍 고무장갑이 빨갛게 물들 때까지 종일의 시간을 투자해 거한 행사를 치르고 나면 어머니들은 장시간 굽었던 허리를 피느라 애를 쓴다. 마무리 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긴 한숨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이내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냉장고에 꼬박 채워지는 김치통에 마음까지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우리 가족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면서 말이다.

△ 고된 노동의 보상, 수육으로 달래다
고된 김장이 끝나면 다시금 힘을 북돋워줄 수육이 기다리고 있다. 엄마의 김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보람이 있다며 행복해 하던 철없던 시절도 떠오른다.
된장, 생강, 후추, 월계수 잎, 대파, 양파를 찜솥에 물을 가득 붓고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덩어리째 넣어 푹 삶고 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살살 썰어낸다. 노동의 결실 김치와 함께 정갈하게 썰어 놓은 수육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다.
윤기가 흐르는 고기에 한번 꿀꺽하고 진정한 손맛의 최상인 김치에 또 한 번 반한다. 적당하게 찢어 수육 한 점 올리고 마을과 새우젓을 올려 쌈으로 싸먹으면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입 안에 어우러진다.
맛은 또 어떤가. 굳이 형용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상상하는 그 맛은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며 숭고한 마음으로 천천히 음미하게 한다. 끊임없이 젓가락이 가는 이 조화로움의 대표 음식은 순식간에 동이 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김치로 시선이 간다. 올해 김장김치도 참 잘됐다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후에 노동의 미덕 품앗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웃 간에 한두 포기씩 나눈 김장김치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자 새해 복을 미리 빌어주는 선물이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든든하게 돌아가는 이들은 고된 노동에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다음날 아침 가족들의 아침 식사 상에서 터져 나올 감탄사를 상상하며, 맛있게 밥을 먹을 내 새끼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 전라도의 푸짐함 김치마저(feat. 브로콜리 너마저)
‘한국음식문화’에 의하면 전라도 김치는 멸치국물을 많이 써 색깔은 탁하지만 깊은 맛이 있다고 나와 있다. 맵고 짭짤하고 진한 맛과 감칠맛이 특징이고 경상도김치보다 사치스럽다고 쓰여 있다. 사치스럽다는 것은 인심 넉넉한 전라도의 특징 푸짐하고 손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김치종류도 다채롭다. 갓쌈지, 고들빼기김치, 홍갓김치, 홍어김치, 경종배추김치, 생조기를 넣은 반동치미, 배추포기김치, 검들김치, 굴깍두기, 반지(백지), 파김치, 돌산갓김치, 우엉김치, 양파김치, 동치미, 파래김치, 고구마김치, 고춧잎김치, 가지김치, 나주동치미, 해남감김치, 꼬막김치, 꼬막오이소박이, 전복김치, 톳김치, 돼지고기김치, 파래김치, 감태지까지.
지금은 자주 볼 수 없는 김치종류도 많지만 공통적으로 다양한 재료와 함께 가미한 전라도의 김치 맛은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 주로 각종 채소와 해산물을 사용하는데 각 재료의 맛도 잃지 않고 양념과 잘 어우러진다.
전라도 내에서도 각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김치 혹은 요리도 있다. 부안에는 양파김치가 있다. 대파맛과 함께 특유의 단맛이 매콤한 고추양념에 어우러져 씹을수록 이 세 가지 맛이 입에 착착 감기기 때문이다. 뜨끈한 해물칼국수에 묵은지나 깍두기가 제격이라 생각해왔던 이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양파김치 하나면 충분하다.
임실에는 겨울철만 되면 한 중국집으로 모여든다. 관촌면 사선로에 위치한 ‘기성반점’의 김치국밥이 유명하기 때문. 일반 김치찌개와 별다를 게 없지만 비릿함 없이 돼지고기 육수 맛을 느낄 수 있다.
짜장면, 짬뽕대신 김치국밥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주인집 아주머니의 김장김치 솜씨를 맛의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소가 중국집인 것도 한 몫 한다는 말에 또 한 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집에 내걸린 ‘겨울별미 김치국밥’이라. 맛있는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또 다른 추억이 서려야 하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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