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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극단 회심의 역작 '햄릿’, 예측불허 소동극이 되다
[주말엔-MOVIE] ■커튼콜
2016년 12월 01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모든 이들이 공언된 걸작을 만들며 살지는 못한다. 대상이 삶이든 작품이든 마찬가지다. 일단은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생계를 위해 묵묵히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한 번쯤은 생애 길이 남을 족적을 만들길 원한다. 이 질문을 연극인에게 던진다면 생애 꿈꿔왔던 연극작품을 무대에 올려 공연하는 것을 꿈꾼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걸작을 만든다는 의도와 실천들의 결과가 반드시 눈부신 작품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예술은 삶을 닮아있다고 항변하는 것 마냥 의도치 않은 사건과 변수들이 최종 결과물을 이루는 과정에 끼어들게 된다. 영화 <커튼콜>은 그러한 변수들이 하필 실전무대에서 연달아 벌어져버린 극단의 ‘햄릿’공연 실황을 담은 작품이다.

극단 ‘민기’는 불황의 여파에 시달리는 삼류 에로극단이다. 설상가상 에로극 ‘여선생의 비밀과외’을 상연하던 중 관객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서에까지 불려가고 만다. 여전히 제작자에게 시달리며 에로극을 종용받던 연출자 민기(장현성)는 세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이하여 ‘햄릿’을 새롭게 각색한 연극을 올린 극단 하나를 선정하여 장기 공연을 지원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대학시절부터 세익스피어 작품에 열의를 보였던 민기는 제작자 몰래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하고 프로듀서 철구(박철민)을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민기의 극단이 연출한 햄릿의 무대의 막이 오르지만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과 실수가 벌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애드리브가 계속되면서 연극은 당초 대본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 커튼콜>은 끝내지 못한 연극과 끝내야만 하는 연극, 두 개의 극단적인 상황을 전후반부에 배치하며 영화 전체를 하나의 연극처럼 구성한다. 전반부에서 민기의 극단은 영화제목 ‘커튼콜’이 지칭하는 관객들의 무대인사 연호를 겪기는커녕 관객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극단을 다룬 영화에서 연극을 제대로 마무리한 것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고로 <커튼콜>의 주인공들이 짊어진 과제는 명백히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무사히 연극을 마치는 것이다. 역경을 딛고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 아닌 역경 자체가 <커튼콜>이 ‘A to Z’가 되는 것이다.

   



< 커튼콜>이 추구하는 영화의 활력은 막전막후를 오가며 벌어지는 상황들의 연쇄다. 하지만 영화가 막전막후를 활용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상황묘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돌발 상황들을 무마하기 위해 펼쳐지는 단원들의 대처방식들과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들을 비교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모든 상황이 연속된 연극처럼 보인다. 단원끼리 감정이 격해져 무대에서 실제로 칼싸움을 벌이거나 배우가 갑자기 사투리를 쓰며 말투를 바꾸며 퓨전 햄릿을 만들어가는 매 순간 역시 익숙한 꽁트처럼 연출된다. 객석을 비춰주면서 관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을 무마하는 대처들이 최소한의 설득력을 획득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으로만 본다면 둔감하기 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면에서 <커튼콜>은 예측불허의 긴장감보다는 장르의 익숙한 코드로 무장한 희극으로 안정적인 활기를 조성해가는 작품이다.

안정적인 희극으로서 <커튼콜>이 매력을 지녔다면 역시 출연진들의 고른 활약을 끌어낸 덕분이다. 연극 연출자인 민기역을 맡은 장현성과 베테랑 배우지만 치매에 걸려 불안한 진태역을 맡은 전무송은 좌충우돌하는 희극 <커튼콜>에서 진중한 무게감을 담당한다. 특히 전무송이 단독으로 무대에서 대사를 외치는 장면들은 영화 속 분위기를 삽시간에 진지한 ‘햄릿’으로 바꿔버린 듯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화 속 연출자 민기가 진태의 캐스팅을 중요하게 여긴 것만큼이나 <커튼콜>의 류훈 감독 역시 전무송의 캐스팅을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란 추측이 들 정도다. 배우 이이경은 준수한 외모와 몸매를 지녔지만 디테일 집착이 심해 단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우식 역할을 맡으면서 영화 속 캐릭터로는 가장 세심하게 희극적 요소를 풀어낸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극단 프로듀서 철구역의 박철민은 출연진 중에서 유일하게 배우 박철민이 가진 코믹함과 애드립 달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한 역할이란 점에서 차별된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예상을 뒤엎는 일이 벌어져도 삶이 계속되듯, 무대 위 연극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극단의 웃픈 소동극을 그린 영화 <커튼콜>은 12월 8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커튼콜> (2016)
감독 : 류훈 ∥ 출연: 장현성, 박철민, 전무송 ∥ 94분 ∥ 코미디 ∥ 15세 관람가

■ 개봉일시 : 12월 8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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