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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온기를 홍시 한 알 속에 가득
[주말엔-FOOD] 홍시
2016년 11월 17일 (목) 글 = 김혜지·사진 = 오세림 기자 khj322@sjbnews.com

   

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맛있게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 박준영 ‘홍시’>

△ 가을과 함께 붉게 익어가는 열매 ‘홍시’
그 큰 우주가 입 속으로 들어가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 ‘적당한 단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 안에 스며드는 맛과 촉감은 오로지 이 우주만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비단보다 부드럽고 실크보다 향기로운 우주의 맛에 빠져본 이들은 코끝 시린 계절이 반갑기만 하다. 이맘때쯤 홍시 한 아름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누가 마다할까.
노랗고 단단한 대봉시가 며칠 지나고 나면 부드럽고 매끈한 빠알간 홍시로 부풀어 오른다. 이 신기 방기한 광경은 꼭 새색시 볼이 발그레 지듯, 참숯불이 화로 속에서 붉어지듯 빛[光]을 담았다. 굳세고 강인한 존재가 서서히 연약하고 유해지는 이유는 자연의 순리 때문일까. 누구든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보듬고 두 손에 얹어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싶다.

   


단풍 색채가 곳곳에 물든 수채화 같은 계절 가을은 은행 나뭇잎이 바람결에 별빛처럼 쏟아져도 노란빛 대봉시는 아무렴 눈에 띈다. 꿋꿋하게 대롱대롱 매달린 감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사실 금세 빨갛게 익어 땅으로 툭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그 순간 터져버리는 가슴 아픈(?) 광경을 목격한다면 누구라도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그 전에 미리 따서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홍시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정석이다. 시원한 베란다에 대봉시 여러 개를 진열해 놓고 보면 익는 순서가 제각각이다. 엄마는 익는 대로 하나씩 가져와 창가에 가지런히 놓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식구 수대로 꼭 맞춰 다섯 개를 해가 살짝 드는 문턱에 일렬로 세워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식구 한 명 한 명이 한 알씩 그릇에 담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뜨끈하게 데워진 마루에서 엎드려 먹고 텔레비전을 보며 간식으로 먹는 늦가을 대표 과일. 그 속은 또 얼마나 실한지 꼭지를 똑 떼어 몸통을 반으로 갈라 속을 드러내면 빈틈 하나 찾을 수 없다.
쌀쌀한 날씨지만 홍시는 시원하게 먹어야 제 맛이다. 냉동실에 얼린 아이스 홍시는 식감이 더 살아 있어 그 옛날 수레에 담겼던 아이스바를 먹는 아이들이 문득 떠오른다. 입에서 살살 녹는 대봉시 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하나 더 먹을까 고민하다가도 다시 내려놓는다. 시골의 정감어린 풍경을, 사계절의 온기를 이 한 알 속에서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 디저트 신흥세력 납시오, 홍시올시다
매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남부시장의 밤은 지지 않는다. 야시장이 펼쳐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은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친구와 장난을 치며 기다리거나 다음 음식은 무얼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각종 양념과 구이로 연기와 냄새가 가득 한 공간 속에서 달콤한 향이 오롯이 피어나 그곳으로 눈길을 돌리면 간판 ‘홍시궁’이 눈에 띈다. 홍시 화채, 홍시 라떼, 홍시 모찌를 판매하는 이곳은 발길을 머물던 사람들도 기본적인 감 맛이 좋기 때문에 한번 먹어보자고 들러본다.
집에서만 즐기던 홍시를 바깥에서도 맛볼 수 있단 사실에 기뻐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후식의 재발견이다.
직접 맛본 사람들은 28세 홍시궁 주인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이라고 평한다. 우리나라 전통 후식인 화채를 현대화해서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홍시 라떼, 홍시 모찌까지 탄생했다.
대표 메뉴인 홍시화채는 직접 개발한 소스에 아이스 홍시를 함께 갈아 과일을 곁들이면 완성된다. 단감이 좋으냐 홍시가 좋으냐 물었을 때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단감!’이라고 외쳤던 이들도 디저트로 탄생한 홍시 앞에선 예외다. 집안 구석에 얌전히 놓여있던 홍시의 반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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