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일 20:31
> 주말엔 > 영화VS영화
     
연인 성별 대신 연애의 맨살과 대면하다
[주말엔-MOVIE] ■ 연애담
2016년 11월 17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불안한 세상이다. 바야흐로 비정규직의 시대이고 학자금 대출이 있는 동안에도 집세를 낼 걱정에 시달리며 보내야한다. 뒤숭숭한 것을 넘어 황당하기 그지없는 시국까지 겹쳐놓으니 하루하루가 소나기를 쏟기 전 하늘마냥 흐리고 불안하다. 그럼에도 살아야한다면, 아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사랑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맞닥뜨리는 나날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 연애는 늘 그렇게 불안 속에서 싹트고 다시 불안 속에서 유지된다. 연애이야기, <연애담>은 바로 그것을 오롯이 대면하는 영화다.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는 전시에 쓰일 물건을 찾기 위해 고물상을 뒤지던 도중 우연히 헌 책을 고물상에서 팔러온 지수(류선영)에게 눈길이 간다. 얼마 뒤 윤주는 편의점에서 신분증을 깜빡한 나머지 담배를 사지 못하고 있는 지수를 도와주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지수가 술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윤주는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자며 동료들과 함께 지수가 일하는 곳에서 술을 마시게 된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발견했고, 이끌렸고, 서로에게 빠지게 된다.

작품에서 윤주와 지수의 관계를 가리키는 대사가 있다면 “만나야 되니까 만나지 않았겠습니까? 껄껄껄”이다. 자취방에서 치킨을 뜯어먹고 있던 남자가 여자 친구와 어떻게 연애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뱉은 말치고는 꽤나 정확하다. 그저 눈에 잠시 띄었고 곤경에 처한 상황을 발견했을 뿐이지만 윤주는 지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인연으로 이어갔고 지수는 그렇게 알게 된 윤주와 사랑을 시작했다. 전반부는 영락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애 초기의 한창 좋은 나날들, 딱 그대로다. 두 사람의 연애사실을 알게 된 윤주의 친구 영호도 잠시 놀라다가 나중에 한 번 보여 달라며 술잔을 기울인다. 짐짓 놀라지만 <연애담>은 윤주와 지수에게 ‘독특한 연애’가 아닌 그냥 ‘연애’로 바라본다.

   


< 연애담>의 연애에 찾아오는 불안엔 감정적인 것과 공간적(혹은 경제적)인 것의 두 가지 축이 존재한다. 윤주는 연애에 몰두한 탓인지 전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지수에겐 미련을 가지고 매달리려는 옛 연인을 마저 정리해야한다. 중반부에 이르면 윤주는 룸메이트와의 불화로 따로 나와 살아야하고 지수는 자취방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설렘의 옆 자리에 감정 갈등이 들어서고 터전의 불안이 엄습하지만 둘은 함께 사랑하기에 연애를 지속한다. <연애담>은 윤주와 지수를 통해 그렇게 한 고비를 넘겨가는 연애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영화 <연애담>은 참으로 정직한 제목을 가졌다. 앞서 말한 내용에서 보았듯이 달리 중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세상에 널린 것이 연애를 다룬 로맨스 영화지만 제목의 뜻하는 ‘연애를 이야기 한다’란 말의 뉘앙스는 그간 봐왔던 연애영화들과 다른 첫 인상을 안겨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연애담>이 다른 멜로 영화들과 달라 보이는 까닭으로 여자와 여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손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두 가지를 묶어서 말하자면 <연애담>은 연애이야기를 한다는 단순명료한 선언을 동성 간의 사랑이야기를 ‘이상한(queer)’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사회 안에서 실현시키려는 영화다. 그렇기에 <연애담>의 표면들만 바라보고 레즈비언 영화-퀴어 영화로 규정하는 것은 가장 식상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통용되는 용어인 ‘퀴어영화’에서 ‘퀴어’를 축출하는 작업을 <연애담>이 해내고 있다면 보는 우리들 역시 마땅히 그 영화를 로맨스/멜로 영화로 자연스레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영화가 취하는 이야기를 떠나서 <연애담>은 이상희와 류선영 두 배우가 연기한 윤주와 지수의 캐릭터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두 배우가 서로 던지고 받는 시선, 말, 행동로 보여주는 표현은 노골적이고 작위적인 연인설정에 환멸을 느꼈던 관객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주국제영화제 상영과 사전시사회에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고 개봉 전부터 SNS상에서는 먼저 관람한 관객들이 연일 애정과 팬심을 표현하고 있다.

연인의 성별이 아닌 연애의 맨살에 당당히 대면하는 영화 <연애담>은 11월 17일(목)에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연애담> (2016)
감독 : 이현주 ∥ 출연: 이상희, 류선영 ∥ 99분 ∥ 드라마/멜로, 로맨스 ∥ 청소년 관람불가

■ 개봉일시 : 11월 17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