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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의 음식점이야기] 요리책을 볼 때 레시피를 보지 마라
2016년 11월 10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사장님 이것 무엇으로 만들었나요?”

난 배가 고플 때 요리책을 본다. 그것도 음식 사진만 보고 책장을 넘긴다. 어느 한 가지 맛없어 보이는 것이 없다. 금방이라도 만들어 보고픈 욕구가 생긴다. 그래도 자꾸 음식 사진들을 보다 보면 음식 사진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때 여러 가지 냄새를 상상하고 맛도 상상한다. 그렇게 충분히 몸이 음식을 인식할 때 내가 상상한 맛을 만들어 본다. 그러면 그 음식은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이 되는 것이다.

결혼 전에도 아니 학생 때에도 밖에서 외식을 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 그 음식을 만들어 보곤 했다. 그 맛이 나지 않으면 그 집을 방문해서 먹어본다. 한 번, 두 번, 어느 집은 몇 번을 갔는지 모른다. 결국엔 똑같은 맛을 내기도 하지만 맛이 더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나한테는 레시피 없이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보물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즐기는 것 중의 하나다. 이런 훈련이 되다 보면 나중엔 전혀 모르는 음식도 먹어보면 첫맛에 각각의 맛이 느껴온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면 그 속에 각 악기의 소리들이 하나하나 들려오는 것처럼 말이다.

언제인가 부산으로 가족끼리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처음 먹어보는 탕 속에 동그란 것이 들어 있었다. 쫄깃하고 정말 맛이 좋았다. 그 순간 모든 시선이 내개 집중되었다. 무엇으로 만들었냐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도 처음 먹어 보는 것이라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다. 나는 느낀 맛 그대로 얘기했다. 생감자와 약간의 쌀가루를 섞어 만든 거라고...

그때 주인 여사장님이 음식을 가지고 우리 상으로 왔다.

“사장님, 이거 무엇으로 만들었나요?”

막내 올케가 물었다. 괜히 얘기했나 싶은 순간에 그 사장님은 내가 말한 그대로 재료를 알려 주는 것이었다. 그때 스스로 자존감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그 재료의 각각의 맛이 살아 있으면서 서로 어우러져 최상의 맛을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흔히 TV에서 맛 집 자랑할 때 수십 가지를 넣어 만들어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마치 여러 가지가 들어간 것이 그 집 맛의 비결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음식을 만들어 보면 정말 맛있는 음식은 단순하다. 크레파스 색깔이 예쁘다고 모든 색을 칠하다 보면 검정색이 되어 버린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섞다 보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맛이 될 수 있다. 단순하지만 서로 어우러져 시너지 맛을 낼 수 있는 재료의 조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포인트다.

팁을 주자면, 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어떤 음식을 두고 재료를 한 가지씩 바꿔 보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육개장에서 소고기 대신 오리고기를 넣는다든가 소고기 미역국에서 소고기 대신 능이버섯을 넣어보기도 하고, 바다 냄새가 나는 미역국을 먹어 보고 싶으면 바지락을 넣어 보면 된다. 이 맛이다 싶게 맛의 정점을 찍으면 그 레시피는 자기만의 것이 된다.

요리하는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기시험에 합격했다고 운전을 잘할 수 없는 것처럼,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지만 차츰 자동차와 친근해지고 이것저것 작동법이 익숙해지면 꼭 의식하지 않아도 감각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계량컵이 필요하고 순서가 필요하고 적절한 불의 온도들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나중엔 손이 저울이 되고 음식의 색깔만 보고도 맛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회가 되는 대로 많이 먹어 보고 많이 해 보는 것만이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음식의 맛은 잘 훈련된 오감의 결과물이다.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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