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화 19:45
> 주말엔 > 맛 · 멋
     
보약이 따로 없네…가슴 따뜻한 시래기국밥의 온기
[주말엔-FOOD] 시래기
2016년 11월 10일 (목) 글 = 김혜지·사진 = 오세림 기자 khj322@sjbnews.com

   

뽀얀 입김이 나오는 입동이 막 지났다. 이맘때쯤이면 시골 마을 어귀에 퍼지는 구수한 시래기국 냄새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처마 밑에 고드름 대신 매달려 있는 시래기는 가을 햇볕에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간다.
저녁 무렵이면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올라 저녁 식사 시간임을 알린다. 장작을 떼고 팔팔 끓는 물에 말린 시래기를 푹 고아내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한다. 나물, 국, 밥 등 각양각색의 시래기 요리가 집집마다 탄생돼 저녁 밥상에 오른다.
식구가 가장 많다는 최씨 집안은 갓 지은 밥과 함께 된장 시래기 국, 깍두기, 조기구이가 오른 저녁상을 맞이한다.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들이 숨도 쉬지 않고 한 그릇 금세 비워낸다.
겨울 농촌의 주요 식량으로 하루걸러 매일같이 시래기를 활용한 음식이 밥상 위에 오를 정도였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겨울철 효자 음식 시래기. 이름만 들어도 구미를 당기게 하는 시래기의 계절이 왔다./편집자 주

△ 시래기 아닌 우거지 같은, 우거지 아닌 시래기 같은
밥상 위에 자주 올라 귀한 줄 몰랐다. 약간의 미세한 맛의 차이는 있지만 여느 나물반찬이겠거니 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시래기가 우거지였고 우거지가 시래기였다. 그래서 시래기를 떠올리면 덩달아 우거지도 떠올렸고, 시래기를 맛보면 우거지라 생각했고 우거지를 맛보면서 시래기를 생각했다. 그리고 무와 배추덕분에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시래기는 무의 줄기와 잎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말린 것을 말한다. 매년 8월 말 시래기 전용 무를 파종한 후 45일간 바람과 햇살이 적당히 드는 곳에서 말린다. 서늘한 그늘막 아래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부드럽고 선명한 색감의 시래기를 얻을 수 있다.
잘 삶은 시래기는 냉동 보관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물기를 너무 꽉 짜서 보관하면 질겨지기 때문에 적당한 물기를 머금은 상태로 보관해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고로, 시래기가 무청이면 우거지는 배추라는 결론에 이른다. 우거지는 '웃걷이'란 명칭에서 시작됐는데 ‘웃’은 위나 겉을 뜻한다. 채소에서 웃은 보통 제일 겉을 두르고 있는 부분을 가리킨다. 우거지는 배추를 감싸고 있는 겉대로 보통 김장할 때 걷어내고 버리는 잎을 말한다.
쓸모없는 부분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 우거지를 삶아 무쳐먹거나 볶아 먹는다. 나물, 국은 물론 각종 찌개와 밥 등 어느 요리에나 잘 어우러져 한식 밥상이라면 자주 오르는 식재료다.
짭짜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 시래기와 우거지.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기는 겨울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 정성담긴 손맛이 8할, 시래기 요리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메뉴는 5000원 내외를 넘나드는 가격의 백반집이 가장 인기다. 메뉴 고민 없이 푸짐한 한상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붐빈다. 백반집만큼이나 각종 국밥집도 눈에 띄는데 어느 시기부터 시래기 국밥 전문점도 많아지고 있다. 이마저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대부분인 만큼 시래기의 입지가 높아지고 있어 조금은 씁쓸함도 느껴진다.
이를 위로하는 듯 전주 시청 뒤편 건물에는 유명한 시래기 국밥 전문점이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꽤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이곳은 요즘 시가와 다르게 5,000원 가격의 국밥을 먹을 수 있다. 맛도 구수해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단골손님들이 꽤 많아 점심시간이면 마을 주민부터 직장인까지 늘 북적인다.
시래기 닭계장, 시래기 감자탕, 시래기 불고기 쌈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음식을 주문하면 차가운 물대신 뜨끈한 숭늉이 나온다. 쌀쌀해진 날씨로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녹이라는 주인장의 배려가 느껴진다. 물 컵 대신 나온 밥그릇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에서 먹는 식사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잠시 후 주문한 시래기국밥이 뚝배기 안에서 팔팔 끓으며 대령된다. 동시에 찬류도 깔리는데 토란무침, 배추김치, 소시지볶음 세 가지다. 소박한 반찬이지만 국물 한 입에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북이 쌓인 시래기는 된장과 들깨가루로 맛을 낸 육수에 담겨 적당히 퍼져있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씹을 때마다 잎과 줄기에 스며든 육수가 육즙처럼 입 안에 스며든다. 밥 한 숟가락, 국물 한 모금 먹다가 시래기도 한 움큼 입에 넣는다.
테이블마다 말소리 대신 ‘후루룩’하는 국물소리가 리듬처럼 흘러나온다. 한 자리에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당신의 식사시간을 존중하겠다는 배려의 소리 같다. 시래기국이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할까. 아무리 거창해도 시래기국에 불과하지만 시골 할머니가 인심 좋게 끓여준 그 손맛은 누군들 마다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우내 꽁꽁 언 마음이 시래기국물 한 사발에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 시래기국밥집
△ 옛살비
전주시 완산구 노송여울 2길 14-3
232-1406

△ 한일옥
군산시 구영3길 63
446-5491

글 = 김혜지·사진 = 오세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