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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의 설렘과 회상, 섬세함이 담긴 이탈리아 여행
[주말엔-MOVIE] ■두 번째 스물
2016년 11월 03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우리나라에서 로맨스 영화에 ‘중년들의 로맨스’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안타깝게도 떠올리게 될 이미지나 느낌은 그리 신선하긴 힘들다.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식상한 반응이라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혹은 삼류 치정극 식으로 생각한다면 ‘형부, 처제’라는 진절머리 나는 단어까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많은 로맨스 영화에선 현실적으로 드러냈을 때 곤란한 관계들을 끊임없이 그린다. 일상속의 관계에 지친 관객들에겐 새로운 설렘을 자극할 수 있는 설정들이 해방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작품들이 그러한 설정을 ‘자극’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아쉬움을 주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곧 개봉할 <두 번째 스물>은 가정을 가진 중년들의 로맨스를 천천히 드라이브 하듯이 진행되는 흐름으로 섬세한 과정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영화제 단편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장을 온 강민구(김승우)는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옛 연인이었던 안과의사 강민하(이태란)을 만난다. 인사를 건넨 민구에게 민하는 쌀쌀맞은 태도로 일관하며 헤어지지만 며칠 뒤 둘은 이탈리아 한복판에서 포옹을 나누며 재회하게 된다. 외딴 나라 이탈리아에서 만난 민구와 민하는 예정에 없던 여행을 함께하며 곳곳의 미술관과 유적지 등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곤 자연스레 서로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사정을 털어놓게 된다.

   



< 두 번째 사랑>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강민구와 강민하가 연인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복기하며 진행되는 대화다. 아이 둘을 가진 유부남, 남편과 사별하고 유학중인 딸만 남아있는 유부녀가 된 두 사람은 과거에 조감독과 레지던트 시절에 겪었던 연애과정을 차근차근 복기한다. <비포>시리즈와 달리 이전의 관계를 설명하는 전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스물>은 흔히 쓸법한 플래시백을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과거의 관계를 풀어낸다. 지나치게 구구절절하다 싶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집요하게 진행되는 대화로 풀어내는 감정다툼은 기대 이상으로 촘촘하다. 과거의 오해를 확인하는 순간에 익숙한 선율의 배경음악을 삽입하는 방식을 제외한다면 둘의 대화 장면은 그다지 상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두 번째 축을 구성하는 것은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여정이다. 미술 등 다방면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는 각별한 나라인 만큼 미술에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민구와 민하에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민하가 자신을 큐레이터 급이라고 말하는 것에 걸맞게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작품에 대한 친절한 해설, 적극적인 해석들로 가득하다. 많은 화가들이 대화를 통해 언급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과정에 자리했던 화가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다. 민구는 카라바조의 이탈리아에서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기위해 방문했고 민하는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카라바조 작품을 섭렵한 것에서부터 카라바조는 <두 번째 스물>에서 핵심이 되는 화가다.

기실 영화에서 카라바조를 비롯한 그림과 그에 관한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와 깊은 연관을 지녔다고 보기는 힘들다. 스토리에 깊은 알레고리로 제시되기 보다는 두 사람의 애틋한 여행을 돋보이게 표현하기 위해 배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카라바조가 두 사람의 관계에 얽힐 수 있는 부분이라면 작품의 화풍이나 의도가 아닌 나이 ‘마흔’이다. 영화에서 민하가 딸과 나누는 대화에는 마흔을 영화 제목인 ‘두 번째 스물’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민구와 민하가 카라바조의 나이를 언급하며 그가 ‘마흔’즈음에 생을 마감했다는 말을 한다. 마흔을 훌쩍 넘겨버린 민구와 민하가 자신들의 마흔 이전의 젊은 시절 연애과정을 복기하고,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화가의 그림을 보며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그림의 의도를 추측하는 대화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스물>이 그리는 이탈리아 여정은 카라바조의 작품으로 지식을 뽐내는 살롱무비로 보이진 않는다. 민구와 민하, 그리고 스크린 밖의 동년배들에게 마흔 이후의 삶을 계속 살아야만 하는 현실을 발목잡지 않을 만큼의 로맨스로 감성에 숨을 불어넣고 싶었던 쪽에 더 가까워보인다.

이탈리아의 예술작품과 아름다운 풍경, 섬세한 교감이 돋보이는 중년 로맨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화 <두 번째 스물>는 11월 9일(수)에 개봉예정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두 번째 스물> (2016)
감독 : 박흥식 ∥ 주연: 김승우, 이태란 ∥ 116분 ∥ 로맨스 ∥ 청소년 관람불가

■ 개봉일시 : 11월 9일 수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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