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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와 쫄데기 살로 기막힌 궁합 '감탄'
[주말엔-FOOD] 논두렁 밭두렁
2016년 11월 03일 (목) 글 = 김혜지·사진 = 오세림 기자 khj322@sjbnews.com

   

전주 근교로 여행을 갈 때면 많은 사람들이 계절마다 무주를 찾는다. 봄에는 덕유산의 철쭉, 여름에는 칠연폭포와 용추폭포, 가을에는 적상산의 오색 단풍, 겨울에는 무주리조트로 사계절을 다른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무주군 안성면은 덕유산과 적상산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화려한 주변에 비해 단조롭고 조용하지만 무주에서 살기 좋은 동네라고 불릴 만큼 편안함이 특징이다. 꽤 드넓은 무주군을 한 바탕 여행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안성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여행의 끝머리를 장식할 수 있다. 이웃 주민끼리 서로 오며가며 인사하는 것은 일상인 이곳은 잠깐 머물다 가도 정겨움과 친근함으로 물든다.
여느 동네와 비슷한 모습의 안성면 안성로 길목에 들어서면 괜스레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게 된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별다른 특색이 잘 느껴지지는 않아 공기 맛을 음미하며 심심함(?)을 달래보는 것이다.
거리에 줄지어 서있는 나무들은 월동준비를 하는 듯 하나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뿌연 입김까지 나오니 시나브로 겨울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한 겨울의 안성은 어떨지 상상하는 동안 어디선가 시냇물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은 물줄기의 힘이 더 거세다며 ‘지금 안성은 가을, 가을의 안성을 즐기라’는 메시지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때가 되니 배꼽시계가 어김없이 울린다. 주변 상가를 둘러보니 이것저것 먹을 게 많다. 백반, 짜장면, 순대국밥 등 이곳이라면 무얼 먹어도 건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많이 가는 곳이 진짜(?) 맛집이라 생각해 동네 몇 바퀴를 돌아봤다. 하나 둘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지는 가운데 몇몇 무리가 한곳으로 몰리는 곳이 눈에 띈다.

   


건물 2층에 위치한 한 식당. ‘논두렁 밭두렁’이란 간판이 내걸려 일반 백반집이겠거니 생각하고 따라나섰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면 안쪽까지 들어서 있는 주방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좌식 테이블 20여 개가 단정하게 놓여 있다.
둘 혹은 넷으로 짝지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음식도 다양하게 주문한다. 묵은지 갈비찜, 올갱이 수제비, 순두부, 닭볶음탕 등 메뉴가 다양하다지만 무얼 먹어도 맛있다는 듯 ‘오늘은 이것 먹자’란 식의 결정으로 주문을 하는 모습이다.
어떤 음식을 주문하든 기본 반찬 10여 가지가 상을 가득 채운다. 채소 하나까지 주인의 손을 거쳐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인 듯 했다. 이곳에 오면 꼭 맛보아야할 음식으로 단골손님들은 ‘오쫄 불고기’를 꼽는다. 오징어와 쫄데기살. ‘오쫄’의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돼지 앞다리살을 쫄데기살이라고 부르는 데 식감이 쫀득쫀득해 맛도 있지만 먹는 재미도 있어 이곳 주인이 개발했다.
각종 나물부터 야채, 직접 담은 김치, 묵, 고구마 튀김 등 밑반찬으로 배고픔을 달래는 동안 빠알간 국물에 통오징어와 갖은 야채가 푹 빠진 ‘오쫄 불고기’가 등장한다. 상의 한 가운데를 차지한 주 메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어느 정도 익혀 나오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것도 없다. 통째로 담긴 오징어부터 썸벅썸벅 잘라 양념 국물에 한 번 더 폭 담근다. 밑에 깔린 쫄데기살과 야채들도 양념에 더 잘 베도록 뒤적인다.
한소끔 끌고 드디어 맛을 볼 차례다. 설레는(?) 마음으로 오징어와 쫄데기살을 같이 집어 양념국물과 함께 먹는다. 돼지고기 양념 볶음 맛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얼마나 특이할까란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짭쪼름하면서 단맛, 매운맛 등 다양한 맛의 오묘한 조화다. 뜨뜻한 국물을 계속 맛보게 되고 오징어와 쫄데기 살로 먹는 내내 쫄깃함과 탱글함으로 입이 쉬질 않는다.
껍질을 벗겨낸 하얀 속살의 오징어는 빨간 양념으로 살짝 매운 맛을 내지만 살까지 물들진 않았다. 팽이버섯과 양파도 맛보고 다시 오징어와 쫄데기살을 번갈아 가며 먹는다. 감칠 맛 나는 양념이 입 안 가득 스며들지만 왜인지 물리지가 않는다.
직접 재배한 상추와 깻잎에 오징어, 쫄데기살을 두툼하게 쌓아 쌈을 싸먹어도, 갓 지은 밥에 양념을 비벼 나물 반찬과 먹어도 아무렴 맛집 인정이다. 집밥의 표본이라는 듯 양 또한 푸짐하다.
음식점 주인 정상현(35) 씨의 어머니 김분순 씨는 매일 아침 직접 재배한 야채를 골고루 가져와 반찬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오후 무렵, 한 바탕 손님을 대거 받고 또 다시 재료 손질에 들어가는 주인에게 비법이 뭐냐고 묻자 “그냥 똑같다”는 맛집(?)다운 대답만 돌아온다. 이어 “이정도로 유명해질 줄은 몰랐다”며 “맛있게 먹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음식은 손맛이라는 명제를 증명하듯 오쫄 불고기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추운 겨울에도 끊이질 않는다. ‘논두렁 밭두렁’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덕유산 톨게이트를 거쳐 안성로를 따라오다보면 농협사거리 덕유산한의원 건물 2층에 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 장기리 1511-17. 전화 323-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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