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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카메라, 멀어져가는 할매의삶 붙잡아두다
[주말엔-MOVIE] ■할머니의 먼 집
2016년 09월 29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16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앞둔 지난 해 4월, 요양병원에서 치매와 노환으로 힘겹게 생을 이어오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학창시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죽음이 너무 생경한 탓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면 할머니가 떠나던 날엔 비로소 죽음과 이별을 실감하면 눈물을 글썽였다. 살아온 시간이 점점 쌓여갈수록 갖가지 삶에 정을 붙이고, 온갖 시간과 인연에도 점점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가하면 최근 노인들이 황혼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손주, 손녀가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을 조부모에게 가질 즈음이면 당신께서는 버티기 힘든 삶을 놓으려는 생각이 피어오르는 것이 아닐까라는 억측까지 든다. 운명을 향한 엇갈린 마음에 담긴 인간적인 감정들, 다큐멘터리 <할머니의 먼 집>은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취업준비를 하며 보내던 이소현씨는 어느 날, 가족이자 오랜 친구로 여기는 할머니가 수면제를 먹고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할머니가 또 다시 삶을 마감하고 먼 곳으로 떠날까 걱정된 이소현씨는 할머니를 곁에서 지키며 할머니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할머니 곁에 다시 머물기 시작한 소현은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 손에 커왔다. 그녀는 어느새 자신이 자란만큼 할머니가 줄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훌쩍 커버린 소현은 그렇게 작아진 할머니를 생생하게 기록하기 시작한다..

손주와 할머니의 관계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를 떠올린다면 2002년 입소문을 타고 흥행작의 반열에 올랐던 <집으로,,,>가 있었다. 관객들이 정을 줄만한 에피소드를 잘 구성해 만든 <집으로...>와 달리 <할머니의 먼 집>의 시작은 시놉에서 보듯이 갑작스런 사건으로 탄생하게 된 작품이다. 작품을 만든 이소현 감독도 2006년 단편연출과 2007년 장편영화 스태프로 잠깐 일한 이후에는 사실상 영화를 찍는 일로부터 멀어져가는 상황이었다. 작품의 태생과 내용을 생각하면 <할머니의 먼 집>은 명실상부 <집으로...>와 함께 대등하게 기억되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사연으로 뭉쳐있다.

   


< 할머니의 먼 집>은 야심을 부리지 않지만 그것이 곧 장점이다. 중심인물인 박삼순 할머니는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경험을 가졌으며 나이 역시 곧 유명을 달리해도 이상할 것 없는 90대다. 죽음과 삶이라는 주제를 논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도 이소현 감독은 어린시절의 일기장과 같은 소품을 활용하고 조악한 스마트폰 영상을 거침없이 삽입하며 관객들에게 손녀와 할머니의 관계를 살갑게 전달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취한 할머니와의 대화에는 죽음과 삶을 바라보는 각자의 엇갈린 시선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굳이 죽음과 삶을 주제로 삼겠다는 선언적인 태도없이 <할머니의 먼 집>은 솔직한 사심과 꾸준한 기록위에서 생을 바라보는 진중한 시선을 제시한다.

사적인 다큐멘터리로서 <할머니의 먼 집>은 일반적인 접근방식 안에서 삶에 관한 아이러니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는 마음에 카메라로 담아내는 것은 사적인 기록을 일반적인 이유겠지만 인물이 삶을 붙들기 위해 죽음에 가까워가는 여러 상황들을 빠짐없이 담는 것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이소현 감독 역시 죽음에 굉장히 부정적이었으나 할머니하고 같이 지내면서 “죽음을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것이라 생각이 바뀌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할머니의 자살시도가 만남 없이 떠내려갈 뻔했던 시간들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할머니의 먼 집>은 순박한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도 삶의 진실을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죽음과 삶을 다시 생각하는 한편 손녀의 따스한 마음씨, 할머니의 솔직한 삶과 미소를 더욱 기억하게 될 영화 <할머니의 먼 집>은 9월 29일(목) 개봉되어 상영중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할머니의 먼 집> (2016)
감독 : 이소현 ∥ 주연: 박삼순, 이소현 ∥ 92분 ∥ 다큐멘터리 ∥전체 관람가

■ 개봉일시 : 9월 29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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