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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깔에 녹여낸 인간의 감성, 정신 그리고 영혼
[주말엔-영화이야기] ■세 가지 색=블루
2016년 08월 11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예나 지금이나 영화 포스터는 심심한 벽면을 채워주는 훌륭한 장식품이다. 특히 90년대 카페에서는 판넬형 포스터들을 걸어놓는 곳이 상당히 많았다.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블루’계열의 영화 포스터가 걸린 곳이 상당히 많았다. 잠수의 달인 자크 마욜의 이야기를 다뤘던 <그랑 블루>, 치명적인 여인 베티와의 사랑을 다룬 <베티 블루 37.2>가 그렇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블루’ 그 자체였던 포스터가 있었으니, 지긋이 어딘가를 바라보던 줄리엣 비노쉬의 모습이 포스터에 담긴 영화 <세 가지 색: 블루>(이하 <블루>)를 빼놓을 수 없다. 90년대를 상징하는 예술영화중 하나로 정평이 나있는 이 작품은 올해 재개봉으로 다시 부활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던 줄리(줄리엣 비노쉬)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소중한 딸과 유명한 작곡가 남편을 잃는다. 실의에 빠진 줄리는 남편과 가족에 관련된 모든 물건과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남편이 작곡하다만 악보와 유품을 버리고 집을 떠난다. 외딴 곳에서 단칸방을 구해 은둔생활을 이어가던 줄리는 자신을 줄곧 흠모해왔으며 남편의 동료였던 올리비에가 버려진 줄만 알았던 남편의 악보를 찾아 나머지 부분을 완성시키겠다고 나선 것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 유품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남편에게 숨겨진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세 가지 색 시리즈’는 90년대 영화광들에게 안드레이 타프코프스키, 테오 앙겔로풀로스 등과 더불어 예술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 가지 색 시리즈는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 ‘블루, 화이트, 레드’를 작품의 주된 컬러로 삼고 각각의 색에 담긴 자유, 평등, 박애를 대주제로 삼았다. 첫 번째 작품인 <블루> 교통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었던 여인이 음악을 통해 다시 자신을 회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199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목에 걸맞게 영화는 전반적으로 푸른 색감이 감돌도록 연출되어 있다. 다만 모든 장면이나 소품을 푸른색으로 도배하며 과시하는 연출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에서 푸른색은 철저하게 줄리의 감정, 상황과 밀접하게 사용된다. 흐린 하늘과 아스팔트 도로, 줄리의 딸이 손에 쥐고 있는 푸른 은박이 담긴 오프닝은 영화가 ‘블루’라는 것을 선언적으로 보여준다고 한다면 초반부를 수놓는 푸른색은 교통사고 이후의 절망과 우울함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집을 벗어난 이후에는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집착의 산물로서 푸른색 활용이 주를 이루며, 후반부에 접어들면 미완성된 곡을 작곡해나가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활용된다.



<블루>의 시각적 포인트는 단지 푸른 색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전작인 <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마찬가지로 <불루>는 찰나의 순간이나 작은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는다. 슬며시 내리쬐는 빛이나 작은 섬광들, 사고에서 깨어난 시선에서 본 깃털의 움직임, 눈에 상이 맺히는 장면들은 우리가 마주하는 소소한 것들로부터 생명력을 깨닫게 한다. 시각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블루>는 관객들에게 명확한 포인트를 준다. 사고 후 도피와 집착으로 점철된 전반부에는 미완성된 악곡이 흐른다. 은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올리비에와 미완성곡 작업을 해나가는 후반부에서는 새로 작곡되는 선율이 흐르며 미완의 곡이 완성된다. 단지 아름다운 장면을 뒷받침하는 배경음악에 머물지 않고 줄리의 심리상태와 명확하게 연동되면서 복합적인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한다.

   


철저한 실존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영화를 통해 찾으려고 하는 것을 묻자 “구체화된 대상 너머의 어떤 의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힌바 있다. 이전 작품들을 포함 <블루>에서도 마찬가지로 키에슬로프스키는 장면의 화려한 비주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어떻게 든 구체화된 비전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감독이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연출이 갖는 독창성과 희소성은 요즘 들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자칫 추상적이라는 오해를 받는 <블루>는 인간의 육신에 깃들어있는 정신, 더 나아가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추상적 언어가 아닌 구체적인 시각연출로 생생하게 전달하려 했던 키에슬로프스키의 비전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영화 <세 가지 색: 블루>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8월 6일(토)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 <세 가지 색 : 블루>는 8월 주말에만 상영됩니다. 자세한 시간표는 하단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세 가지 색 : 블루> (1993)

감독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주연: 줄리엣 비노쉬, 베누아 레전트 ∥ 100분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개봉일시 : 8월 6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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