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새전북이 만난 사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0.11.15 19:05

5년연속 전원취업, 2년연속 전원진학의 신화를 지켜낸 사람학교법인 백화학원 김영섭 이사장백화여자고등학교 노승남 교장 산간오지의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내실경영과 현장교육을 통해 명문사학으로 우뚝 선 여자고등학교가 있다.장수군 장계면 장계리 북동쪽 백화산 기슭에 자리잡은 백화여자고등학교(교장 노승남). 5년연속 전원취업, 2년연속 전원진학의 신화적인 실적을 기록, 주목을 받고 있는 학교다.지난해 이 학교 졸업생은 모두 270명. 이중 128명이 취업했고 142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올해도 실업계 출신 92명 전원이 이미 취업이 확정된 상태로 졸업식만을 남겨두고 있다. 또 나머지 진학희망자는 전원합격을 목표로 지난 15일 모두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다.그러나 이처럼 탄탄한 학교도 지난 98년 IMF의 경제위기 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교사, 학부모, 학생이 삼위일체가 돼 노력한 끝에 취업전통을 끝내 고수, 유명세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 이때 밤잠을 설치며 전통을 지켜낸 주역 김영섭 이사장과 노승남 교장을 만났다. ‘5년연속 전원취업, 2년연속 전원진학’.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학교경영과 운영을 맡아 도시지역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신화적인 기록을 일궈낸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백화여고가 어떤 학교이며 언제부터 유명해졌습니까.ᅀ김영섭 이사장= 우리학교는 지난 82년도 4월에 학교법인 백화학원에 의해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15회 졸업생(4,019명)을 배출했고 현재 1학년 165명, 2학년 199명, 3학년 225명등 총589명이 39명의 교직원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83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모집한 백화여고가 교육계의 총아로 떠오른 것은 첫 입학생이 졸업을 맞은 85년부터 입니다. 당시 이 학교재단 이사장 故김수옥선생(설립자)과 허경욱교장이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농촌고교 졸업생의 취업문을 열기 위해 졸업을 앞두고 이른바 ‘인재집배’를 위한 전국 투어를 강행했죠. 당시 김 이사장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실력을 사가세요’였습니다. 독특한 우리학교만의 교습체계를 알리고 교장과 이사장이 직접 판촉에 나선 결과,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인들이 앞다퉈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고, 급기야 백화여고가 전국 기업인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죠. -학교시설 현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시죠ᅀ노승남 교장= 1개학년 동시 컴퓨터학습이 가능한 최첨단 멀티미디어실 1실과 전산실 2실이 있으며, 지난해 완공한 21실의 현대식 기숙사가 있습니다. 또 주민들과 함께 쓰는 공간으로 600명이 입실 가능한 체육관이 있죠., -열악한 환경 때문에 농촌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데 이 전통을 지켜나갈 자신이 있습니까.ᅀ노승남 교장= 학부모, 교사들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 충천해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보기 드물게 처음부터 12학급으로 출발한 이 학교는 개교이래 한 해도 신입생난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원을 확보하지 못해 폐교위기의 벼랑으로 내몰린 여느 농촌고교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우리학교의 명성은 지금도 색이 바래지 않고 있습니다. 장수군내에 소재하고 있는 학교지만 현재 전교생 589명중 반절이 넘는 314명이 장수군 소재 중학교 출신이 아닌 외지 중학교 출신인 점만 보아도 가히 이 학교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이 학교는 이제 농촌에 소재하고 있지만 더 이상 농촌학교가 아닙니다. 전국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학교 입니다. 미래가 있는 학교가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교 아닙니까. -남다른 경영방침이 있을 것 같은데요.ᅀ김영섭 이사장= ‘학생은 실력연마, 학교는 취업알선’ 이것이 이 학교의 경영지표 입니다. 물론 교훈(근면 성실 신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학교에서는 교훈보다 이 지표가 더 잘 알려져 있죠.이 학교설립자는 정부의 국고지원을 받지 않으려고 했던 분입니다. 사립재단의 자율성을 교육과정에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하셨죠. 솔직히 지금은 어려워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저희는 우리학교만의 독창성을 개발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우리 경영진의 추구하고 있는 지표입니다. 그 일환으로 기숙사비를 현지실정에 맞도록 대폭 인하(월 8만원)하고, 그것도 형편이 곤란한 학생 50여명은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지리적 여건을 고려, 되도록 기숙사 입소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3학년이면 90% 이상이 기숙사생활을 하게 됩니다.신지식인 육성을 위해 외국어교육을 강화하고 정보화교육를 생활화하는데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리 학원경영의 특징으로 볼 수 있겠죠. -이 학교 졸업생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던데요. ᅀ노승남 교장= 취업난 보다 구인난이 더 심했을 때는 이 학교 졸업생의 주가가 매년 상한가를 기록, 지역에 숱한 화제를 뿌렸습니다.‘백화여고를 나오면 보수를 더 받는다’라는 말도 이 때 나온 소문이죠. 면단위에 자리잡은 시골학교에 도시지역 학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전주는 물론 진안, 무주, 심지어 충남 등 타도에서도 이 학교의 교문을 두드렸어요.이 인기에 힘입어 취업률은 더욱 상승했고, 여기에다 철저한 교육을 받고 배출된 이 학교 출신들이 전국 각처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일약 유명세가 전국으로 확산됐죠. 별다른 홍보 없이도 구인문의가 쇄도했읍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들이 아예 학교로 찾아와 교내에서 면접을 치를 정도였죠. 이러한 결과는 이 학교에 재직중인 교사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이 학교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교사들의 희생이 남다를 것 같은데ᅀ노승남 교장=물론이죠. 24시간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니까요.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우리학교를 떠나신 선생님이 한분도 안 계십니다. 모두 교육에 대한 신념이 강하신 분들이죠. 학생기숙사의 불이 꺼지기 전에 선생님 방에 불이 꺼진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들의 이직이 없다보니 최근들어 교사를 채용한 적도 없습니다. 이 학교의 전통을 평가할 때 평생직장으로 알고 학교발전을 위해 매진해온 선생님들의 노고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사학비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ᅀ김영섭 이사장=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학교 창립자는 유언으로 제3자인 저에게 학교법인 운영을 맡기셨습니다. 유족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 분들도 흔쾌히 이를 따랐습니다. 저희 법인은 흔히 말하는 문어발식 기업도 없고 오직 이 백화여고만을 위해 설립된 법인입니다. 학교에서 제 판공비로 단 한푼도 지급되지 않고 있는다는 말로 저희 법인의 운영실정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죠.학원세습이나 재단의 개인화가 사학비리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2세교육을 책임져야할 학교가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직 경찰서장을 지낸 교육재단의 이사장. 어딘가 경직된 표정을 예상했던 선입견은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쉽게 무너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업무추진비를 전액 반납하고 오직 학교와 학생들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 김 이사장은 여생을 백화여고에 바쳤다. 이 학교에 말년을 바친 또 한분의 선생님. 노승남 교장선생님. 고향 선후배 사이인 두 분은 누가 보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 명콤비다. 형제같이 보이는 이들은 하지만 남들을 만나면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둘 사이를 소개한다.그런데 정작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가 아니라 이 학교 학생들인 것 같다.학교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백화여고의 전통을 지켜낸 저력은 바로 이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란우기자 ranwoo@sjb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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